[Red & Blue]'코스피 이전' 에코프로비엠, 주가 반등…캐즘 악재 선방할까신뢰도 향상 따른 기업가지 제고 '청신호'…트럼프 관세 정책은 '우려'
박완준 기자공개 2024-12-03 09:09:47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 중인 에코프로비엠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1분기 안에 절차를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 입성을 통해 기업 인지도와 신뢰도 향상을 이룰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에코프로와 그룹주 양대산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장중 58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이는 2020년 대비 약 8배 뛴 주가로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동화 전환에 발맞춘 성장 기업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기록한 32만3000원원을 이달까지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주력하는 양극재 출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수익성이 떨어진 탓입니다.
이에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이달 초부터 20일 저항선 밑으로 하회하며 꾸준한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이달 15일 12만4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시가총액 역시 지난해 7월 대비 45조3407억원 줄어든 11조77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주가 반등은 이달 18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이 이사회를 개최, 코스피 이전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다는 소식에 이날 장중 6% 이상 오른 14만4200원을 기록했습니다. 코스피 상장으로 패시브 펀드 자금 유입과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달 기준 공매도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하이니켈 양극재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NCM(니켈·코발트·망간)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아 수혜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주가는 힘을 잃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306억원을 거뒀습니다. 지난해 1119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데 이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완성차 업체가 이차전지 주문을 줄인 탓에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판매량도 급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부진한 실적은 재무 구조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올 3분기 말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부채총계는 지난해 말(1조3446억원) 대비 1926억원 늘어난 1조537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총차입금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현금성자산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며, 올해 순차입금 1조원을 처음으로 넘었습니다.
부채비율도 매년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의 올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37.7%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2년 77.7% 대비 60% 상승, 지난해 말(108.4%) 대비 29.3% 증가한 수치입니다. 차입금의존도는 52%를 기록했습니다. 통상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을 고려할 시 에코프로비엠의 재무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올 3분기까지 CAPEX 투자 규모가 8200억원에 달해 외부 자금 조달이 늘어났다"며 "최근 신용평가사 평가에서 부채비율 200% 이하로 평가받아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에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한 부분도 악재로 평가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첫날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의 모든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탓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캐나다 퀘백주에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Market View
증권가도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방산업의 재고 조정으로 실적 둔화가 지속될 것이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미국향 판매 둔화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이달 20일 이후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6곳입니다.
미래에셋증권과 상상인증권은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올 4분기 판매량과 판매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9%, 8% 낮아질 것으로 전망, 영업손실 232억원을 거둬 컨센서스(-123억원)을 하회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30만원에서 17만5000원, 상상인증권은 기존 20만원에서 14만원으로 수정했습니다.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10만원 중반대로 낮췄습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낮은 가동률로 고정비 부담이 늘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 효과로 적자 폭은 줄어들 것"이라며 "4분기를 끝으로 내년부터 점진적 실적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내년 양극재 판매 성장률이 둔화하고 양극재 판매가 안정화 시점도 내년 2분기에서 3분기로 지연될 것"이라며 "내년 3분기 리튬 가격 안정화를 통해 양극재 수익성이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교보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 20만원을 유지했습니다. 출하량 감소로 부진한 실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부진한 NCM 제품의 출하량이 회복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유럽 지역의 기저효과로 NCA 공장 가동률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eyman & Comments
에코프로비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장우 부사장(사진)입니다. 그는 1963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는 2010년 초중반 SK이노베이션 IR팀장, 자금팀장을 맡다가 2016년 1월 임원까지 올랐습니다.
에코프로비엠에 합류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을 떠나고 1년 뒤인 2022년 초입니다. CFO로 영입된 김 부사장은 자회사 에코프로글로벌 대표이사도 겸하며 올해 6월 에코프로비엠과 합병을 성사시켰습니다.
더벨은 에코프로비엠의 성장 전략과 주가 부양 계획, 재무 전략을 듣기 위해 김 CFO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를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내년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성장 전략에 대해 "내년 중국 GEM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제련부터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공정을 통합할 계획"이라며 "인도네시아를 세 번째 글로벌 생산 기지로 낙점, 니켈 자원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스피 이전 후 긍정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코스피200 등 지수에 편입될 시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코스피 편입은 시장에서도 주주친화 정책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재무 구조가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재무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단기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대외적으로 알릴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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