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3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업계를 취재하며 그동안 만나본 화랑업계 갤러리스트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갤러리보다 작가를 더 치켜세우는 이들이었다. 함께하는 작가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작가가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창작활동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고 관리해주는 일에 열정을 바치는 이들이었다.이들은 계산에 익숙치 않은 작가들을 도와 작품 거래를 성사시키고 예술과 시장 사이 가교 역할을 한다. 갤러리스트들에게 사업의 손익 얘기를 꺼내면 한숨을 내쉬기도 했지만 소속 작가와 작품에 대해 얘기할 때면 눈이 반짝였다. 산업화 되기에 부족함이 많은 한국 미술시장이지만 그래도 이같은 갤러리스트들이 있어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
이런 화랑들이 회원으로 모인 국내에서 가장 큰 단체가 한국화랑협회다. 개인 사업체의 형태를 띤 화랑부터 법인 화랑까지 국내 대다수 갤러리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상인회다. 그런데 상인회 치고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국내 화랑협회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해당 국가 내에서 갖는 영향력이 꽤 크다고도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보다 더 자주 장관이 바뀔 때마다 주요 인사들이 순환 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문체부 조직에 비해 화랑협회가 더 입김이 세다는 얘기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아트페어를 둘씩 운영하며, 미술품 감정 업무까지 관장하는 단체다. 아트페어에서 정재계 유명인사와 동행하며 화랑을 소개하는 화랑협회장의 모습을 자주 본다.
화랑협회의 새 회장 선거일이 한달 남짓 남아서일까. 오가는 말들 중 협회 공로에 대한 치하도 있으나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유독 많이 들린다. 협회 이사진이 아트페어나 미술품 감정 등과 관련해 이권만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성보다 개인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치우친 미술품 감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그동안 봐온 진취적인 갤러리들의 인상과 한국화랑협회의 이미지는 크게 동떨어져있다. "전시나 미술품 판매를 위한 생산적인 노력이 없다"고 하거나 "구습에 기대온 협회에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협회에 관심갖지 않는다는 갤러리 종사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덮어놓고 지나가기엔 화랑업계가 넘어야할 허들이 높다. 어두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오는 4월 협회 주최 화랑미술제가 또다른 두 개의 신생 아트페어와 3파전을 치러야 할 분위기다. 하반기에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서울과 키아프를 앞두고 투자를 주저하는 해외 갤러리들과 관계 형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해 시행된 미술진흥법의 핵심 사안들은 모두 화랑에 추가 의무를 예고한 것들이다. 갤러리 비즈니스, 화랑업 승계에 필요한 신고절차가 더 까다로워진다. 미술품 구매자 보호를 강화한 진품증명서 발급 등 추가 비용 부담도 예상된다. 모두 화랑협회를 통해 업권에 전달, 조율돼야 하는 과업들이다.
1월 중순 화랑협회장 후보 등록부터가 시작이다. 지난해 미술시장은 3년 전 맞이한 호황기의 버블이 꺼지고 크게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위작, 미술품 투자 사기 등 시장의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다. 변화를 꾀한다면 지금이 기회일지 모른다. 총대를 맬 인사가 필요해보인다. 무엇보다 적어도 기대감을 높일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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