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김학균 협회장 "보호예수 완화, VC 초기 회수 도와야"시장 구조적 문제 해결 목소리…"코스닥벤처펀드 결성 힘싣을 것"
이성우 기자공개 2025-03-04 09:06:59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10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학균 신임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장이 초기 투자자에 대한 코스닥 시장의 보호예수 완화를 촉구했다. 장기 투자한 VC들이 반강제적인 보호예수로 인해 투자금을 원활히 회수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VC들의 사실상 유일한 투자 회수 창구인 코스닥 시장에서 VC에게 강요되는 보호예수 설정이 그것이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 또한 건전한 회수 시장 구축의 구조적 걸림돌이다. 초기 투자자에 대한 보호예수 조건을 완화해 빠른 투자 회수를 촉진하고 코스닥 시장의 기관투자가 비중을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기 투자자에 락업…회수 걸림돌
김 협회장은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VC업계의 문제로 회수 시장 활성화를 꼽았다. 김 협회장은 "회수 시장 불건전성에 대해 업계의 우려가 크다"며 "이를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VC들이 이에 공감했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협회장이 지적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반강제적 보호예수다. VC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일을 기준으로 2년 안에 투자한 기업이 상장하게 되면 이후 1개월간 보유 주식에 보호예수를 적용할 의무가 있다.
VC들은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를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호예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무가 없어도 대부분 거래소와 발행사의 요구에 따라 보호예수를 설정한다. 보통 1~3개월의 보호예수 기간을 두고 있다. 김 협회장은 "이름만 자율적"이라며 "전혀 자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자발적 보호예수를 요구하는 이유는 개인 투자자 보호 때문이다. 2023년 상장일 주가 상승 제한폭이 공모가의 400%로 확대된 이후 상장 당일 공모주를 장내 매도하는 것이 관행이 되면서 기관투자의 매물이라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20%에서 4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실제로 확대되면 투자 회수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협회장은 "코스닥 시장은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에는 힘을 싣는 것과 반대로 재원의 출처가 국민인 펀드를 운영하는 VC는 뒷전으로 밀어두고 있다"며 "초기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예수 완화를 통해 빠르게 엑시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 70% 이상…기관 유입 독려해야
김 협회장은 "초기 투자자 엑시트를 통해 손바뀜을 일으켜 새로운 투자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주가 모멘텀을 위해서라도 새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기관투자의 유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율은 70% 이상이다. VC들이 사실상 개인 투자자에 의존해 투자 회수를 하는 셈이다. 김 협회장은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에 의지하는 회수 시장은 건전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기업의 코스닥 시장 상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중간 과정"이라며 "상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한 번 더 도약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쳐 주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가 정체되는 일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관투자가의 코스닥 유입을 독려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현재 김 협회장은 VC 대표들이 소속된 VC협회 분과를 통해 규제 및 제도 개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회수 시장에 기관투자를 유입시키는 일이 김 협회장의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코스닥벤처펀드 결성을 제시했다. 김 협회장은 "2018년에 코스닥펀드를 결성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참고해서 발전된 방향으로 정책을 권유하려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코스닥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다. 펀드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김 협회장은 "협회가 회수 시장 개선을 위해 직접 할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투자 회수 위축이 신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협회장은 "후보 등록부터 당선까지 40여일이 걸린 것 같다"며 "짧지 않은 과정 동안 업계와 소통하려고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경선으로 진행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약을 만들어 구체화하고 업계를 설득했다"며 "앞으로도 협회 회원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모두를 위한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협회장은 "업계 전체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회장으로 기억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많은 회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더 강하고 단합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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