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악사운용은 지금]JV 해체 흐름, 시너지 유명무실…'교보운용' 전환 무게②채권운용이 8할, 악사IM 글로벌 포트 성과 미미…"경영 효율성 저하"
구혜린 기자공개 2025-03-11 08:13:36
[편집자주]
2008년 출범한 교보악사자산운용은 모회사 교보생명의 지원 하에 약 50조원을 운용하고 있는 종합자산운용사다. 최근 장기간 협력한 파트너 프랑스 악사IM이 BNP파리바에 인수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간 대부분의 수익이 채권운용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해외사와의 조인트벤처(JV)를 계속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변화를 기회로 만들까. 더벨은 파트너 교체를 앞두고 있는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향후 지배구조 향방, 이에 따른 사업 영향에 대해 선제적으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 그룹과 국내 금융사가 손잡았던 자산운용 JV(조인트벤처)의 해체는 양측간 필요에 따른 소멸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앞서 20여년의 여정을 마치고 소멸한 하나UBS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JV 등으로부터 공통되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교보악사자산운용의 다양한 지표는 시너지 효과가 유명무실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대부분의 수익이 교보생명이 일임한 채권 운용으로 발생하며 악사IM이 담당하는 글로벌 상품은 수요가 미미한 상태다.
◇'10대 운용사'서 밀려난 교보악사…채권으로 '명맥'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지난 2월 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총 49조4782억원이다. 전년 대비 4조3305억원 증가한 수치다. 과거 일반사모 상품도 상당 규모 운용했으나, 현재는 530억원 채권형 펀드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이 공모펀드와 일임 AUM이다.
국내 종합자산운용사 중 11위에 해당하는 운용 규모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2023년(9위)까지는 국내 10대 운용사에 들었으나, 지난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운용자산 자체는 순증했지만, 타 운용사의 AUM이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으로 급증한 영향이다. 그나마 교보악사자산운용의 AUM을 늘린 주역은 채권 상품이었다. 순수 채권상품 운용 규모만 2023년 말 대비 3조원가량 늘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AUM 대부분은 채권으로 이뤄져 있다. 채권 상품 운용 규모만 전체 자산의 53%(26조1218억원)에 달한다. 펀드 대비 투자일임형형 규모가 더 크다. 여기에 단기채로 이뤄진 MMF(머니마켓펀드) 상품 등 단기금융상품 운용규모(10조2821억원)를 합산한다면 사실상 전체 AUM의 74% 비중이 채권으로 이뤄진 셈이다. 운용업계에서 '채권 명가'라는 수식어가 공연히 붙은 게 아니다.
악사IM이 운용하는 상품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악사IM은 글로벌 주식, 주식혼합형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거나, 재간접 펀드의 모펀드를 제공하는 역할로 영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주식형 AUM은 전체의 13%(6조5446억원), 재간접(5527억원)은 1%에 불과하다. 여기서 해외 상품 비중만 놓고 보면 주식형, 주식혼합형 상품을 더해 7868억원으로 떨어진다.
수익구조도 이와 동일할 수밖에 없다. 채권 상품의 운용보수가 글로벌 주식형이나 재간접 대비 더 낮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교보가 AUM의 8할, 악사IM이 2할에 불과하다면 수익기여도는 교보에 압도적으로 치우치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교보악사자산운용이 JV를 유지하는 이유에 장기간 의문의 목소리를 내왔다. JV 설립 시 필요로 했던 '해외사의 선진 노하우'가 지금은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JV 붐이 일었던 당시에는 절실했던 부분이 현재는 '경영 효율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JV였다가 독립을 택한 한 국내운용사 관계자는 "JV로 있다보면 장기간 상품 컴플라이언스 부분에서 감정이 상하면서 골이 깊어진다"며 "더 수익률이 좋은 해외사 상품을 국내에 가져올 수 있는데 우리 파트너사 눈치를 봐야하니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여도 낮지만"…60억원 악사IM에 배당 '꼬박꼬박'
교보와 악사IM 양사의 이해관계는 배당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책정하고 있다. 2008년 출범 이후 배당성향 90% 초반을 유지했으며 2012년 이후부터는 95%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2020년 순이익 100억원을 돌파한 이후로는 무려 98% 이상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2023년 기준 122억원 배당금의 절반은 교보생명이 절반은 악사IM이 수취했다.
배당의 '재료'는 절대적으로 교보생명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배당금의 절반을 꾸준히 악사IM과 나누고 있는 셈이다. 교보악사운용이 채권 운용에서 절대강자 입지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모회사 교보생명의 캡티브 물량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약 14조원 규모의 채권 상품 투자일임 계약을 맺었다. 이뿐만 아니라 채권형 펀드 등에도 최소 연간 약 2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앞서 JV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업계에서 '결별설'이 강하게 돌았던 이유다. 지난 2023년 교보생명과 악사IM은 기존 JV 계약을 한 차례 연장했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계약 만료를 근거로 잔여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교보악사운용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수익이 채권에서 발생하니 악사IM의 쓰임은 다했다고 봐야 한다"며 "교보생명 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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