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횟수 제한 없다"...한화에어로 공시 리스크 확대되나 [현장줌人]두산 합병 제동에 이어 또다시 정정요구 '무제한' 경고..."진정성 있는 소통이 관건"
김보겸 기자공개 2025-04-14 13:22:08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15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구애 없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0일 자산운용사 CEO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히면서 자본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상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 중인 대규모 유상증자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안은 애초 3조6000억원 규모였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2조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현금이 충분한데도 유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를 희석하려 한다는 반발이다.
규모도 줄인데다 한화그룹 오너 3형제(김동관·동원·동선)가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도 변경에 나섰다. 축소된 1조3000억원은 오너 3형제(김동관·동원·동선)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방식으로 다시 출자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정정 요구를 예고하며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작년 두산로보틱스 합병 사건 때와 기준이 같다"고 밝혔다. 단순한 절차적 견제와는 거리가 먼 발언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유사한 기조로 대응해 합병 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당시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한 뒤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지만 금감원의 반복적인 정정요구 끝에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금감원이 정정 요구한 사유도 공시내용의 정보 부족이었다. 의사결정 구조와 분할 신설법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이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정보임에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 원장은 당시 합병비율 조정까지 직접 언급하며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을 요구했다. 두산밥캣 주식 가치를 10% 할증하고 두산로보틱스는 10% 할인하는 식의 구체적 조정안이 거론됐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증자 규모가 줄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증자 방식과 이해관계에 변동이 생긴 셈이다. 이와 같은 증자 구조 변경은 증권신고서 내용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수치 변경이 아닌 투자자 관점에서의 설명 논리와 설득력까지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이 원장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은 이미 첫 번째 증권신고서에 대해 "주주 소통절차 등 기재가 미흡하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이는 이 원장이 "우리나라 선도 기업이 시장에서 수긍할 만한 내용으로 투자에 나선다는 건 고무적"이라며 긍정 평가한 직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감원의 내부 판단 기준이 주주 신뢰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시장 조달 기능은 옹호…"엄격한 심사원칙 유지"
이 원장은 이날 "기업 입장에서 자본시장의 일차적 기능은 자금의 조달"이라며 "성장산업의 투자규모가 수조원 이상에 달하는 최근 상황에서 자본시장 자금조달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력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오히려 주주들이 환영할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엄격한 심사 원칙은 유지하겠다고 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밀한 검토가 병행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오너 일가의 출자 구조와 증자 목적 및 방식이 정합성을 갖추지 못하면 추가 정정 요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기업의 자금조달 권리와 투자자의 판단 권리 간 균형을 심사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기업은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권리가 있고 시장은 그 자금의 목적과 방식에 대해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무제한 정정공시 기조는 두 가지가 충돌할 경우 금감원은 소액주주 권리에 무게를 둘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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