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인수 걸림돌 된 한진의 원죄 99년 통합 불참 · 과거 협상 실패..인수 위해선 진정성 보여야
이 기사는 2009년 05월 14일 09: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3년 만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매각자인 산업은행과 두산그룹은 한진의 관심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한진은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두산인프라코어(대우종합기계 시절 포함)와 KAI 지분 인수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결렬시킨 전과를 가지고 있다. 당시 한진은 매물 값을 깎는 데 몰두했을 뿐 기존 주주들이 기업에 투자한 비용은 고려하지 않아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욱이 한진은 1999년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 현대차,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3사 항공사업부를 통합해 KAI를 설립할 당시 독자생존을 선언하며 고통분담을 회피한 원죄를 안고 있다. 주주와 노조의 입장에서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흑자 기업으로 전환한 후에야 경영에 참여하려는 한진그룹이 곱게 보일리 없다.
이런 이유때문에 한진은 KAI 인수전의 단골손님이지만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앞선 두 차례의 시행착오가 좋은 약이 될 법도 한데 최근 한진이 KAI 인수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보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 3월 공식석상에서 KAI인수를 천명했다. 인수의지가 확실하다면 조심스럽게 매각자에 먼저 타진을 하는 게 순서인데 "관심이 크다"는 내용으로 언론플레이에 나선 것이다.
결국 한진은 KAI 인수의지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게 되면서 "KAI가 설립 10년 만에 환골탈태 수준으로 거듭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되자 한진은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사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에게 도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KAI 인수에 나선 이상 1999년 KAI 통합 거부와 두 차례의 협상실패는 한진이 떠안아야할 '부채'다.
한진은 이런 짐을 의식해서라도 주주와 노조원들에게 협상에 대한 진지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언론플레이로 상황을 쉽게 타개해보려는 태도는 더 큰 반감만 불러올 뿐이다.
우선 통합 3사의 피와 살을 깎는 구조조정 노력과 투자비 등을 감안해 제대로 된 가격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수금액 만큼 인수의 진지성을 확인시켜주는 기준은 없다.
더 나아가 주채무계열 평가에서 불합격을 받은 한진이 향후 어떤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느냐도 협상의 진지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한진이 KAI인수를 통해 항공기제조업 인수에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면 비주력 사업부에 대한 매각이나 재무건정성 개선 작업을 서두를 것이다. 하지만 재무개선 노력이 미비하거나 인수 가격을 조정하는데 더 힘을 쏟는다면 한진에 대한 신뢰도는 다시 한번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1999년 그리고 2003년, 2006년에 이어 이제 다시 공은 한진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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