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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BIS비율, 액면 따로 실제 따로 은행 상호보유 후순위채·지주사 희생 자본확충

김현동 기자공개 2009-09-14 13:46:45

이 기사는 2009년 09월 14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3.74%(기본자본비율 10.3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국내 은행들의 손실 흡수능력이 급속도로 개선된 것이다.

BIS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총위험가중자산(신용위험가중자산+시장위험가중자산+운영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예상할 수 없는 손실에 대한 충격흡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BIS비율을 개선하려면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거나, 분자인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사상 최고치라는 BIS자기자본비율은 은행들간의 후순위채 상호보유와 지주사를 통한 자금지원, 바젤II 도입에 따른 기본내부등급법 승인 효과라는 비밀 아닌 비밀을 안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자본 적정성 수준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 '못믿을' 후순위채 자본확충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주로 동원한 수단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 모두 지난해 말 이후 많게는 수조원에서 적게는 수천억원씩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손쉽게 자기자본을 늘렸다.('시중은행 자본확충 실적' 참고 )

시중은행들이 올 6월말까지 확충한 자본규모는 모두 18조1094억원으로, 이 중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조달규모가 12조원(67.3%)에 달한다. 국내 은행의 자본확충에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비중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은행들이 후순위채를 서로 인수해줬다면 어떨까. A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1조원을 B은행이 인수하고, B은행 후순위채 1조원을 C은행이 사주고, 다시 C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를 A은행이 1조원어치 매입했다고 치자. 그럼 A, B, C 세 은행이 확충한 자본의 규모는 얼마로 봐야 할까.

국내 은행들은 실제로 상대가 발행한 후순위채를 상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를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국내 은행이 동시에 망할 수는 없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당국도 은행들이 서로 후순위채를 사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자본확충을 위한 후순위채를 발행할 때 인수자가 마땅치 않으면 서로 (인수)약정을 해주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2007년말 재무제표 부속명세서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은행계정과 신탁계정을 통해 총 7000억원의 은행 후순위채를 보유하고 있다.('신한은행 2007년 재무제표 부속명세서' 참고 )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말 이후 은행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고 그 규모가 유례없이 컸다"며 "아무리 은행이라고 해도 후순위채 소화처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은행간 후순위채 상호 보유 규모가 증가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교환, 스왑 등의 방법으로 다른 은행의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할 경우에는 자본자본비율 계산시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를 다른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늘어난 자본을 100%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지주사 차입통한 돌려막기

지주회사가 회사채를 발행 등 외부 차입을 통해 은행 자회사를 지원한 경우도 자본의 진정성에 논란이 있다. 부모가 빚을 내 준 돈을 자식의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에 제동이 걸리자 지주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출자를 받는 방식으로 자본을 늘렸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개 은행지주회사들은 작년 말 이후 올 1분기까지 총 4조7963억원을 자회사에 출자했고, 이 중 92%(4조4077억원)을 은행에 출자했다. 이중 지주사의 증자를 통한 경우는 신한지주가 유일하다.('금융지주사 자회사 출자현황' 참고 )

과거 60∼70% 수준이던 은행 지주회사(우리금융 제외)의 자회사 출자비율은 2008년 이후 90%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주사가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해 은행 자회사에 지원하면서, 은행지주사의 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뛰었다. 절대 수준 자체는 50%를 밑돌고 있지만, 최근 1∼2년새 부채비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다만 신한지주의 경우 과거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과정에서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최근 유상증자 등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오히려 하락했다.

또 은행자회사의 BIS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된 데 비해, 은행 지주사의 연결BIS비율은 오히려 하락해 은행 자회사의 자본확충이 지주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희생한 바탕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이 일종의 '돌려막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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