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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채권 매각, 눈가리고 아웅? NPL 양도한 은행이 실질관리..NLP비율 착시 효과

김현동 기자공개 2009-10-30 11:01:56

이 기사는 2009년 10월 30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은행들이 자산유동화를 이용한 부실여신(NPL) 매각을 올들어 크게 늘린 가운데, NPL 유동화가 '진정한 양도(true sale)'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NPL을 매입한 유동화회사(SPC)가 사실상 매도자인 은행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부실채권 유동화는 자산유동화법에 의해 진정한 양도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은행지주사들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자체 유동화회사에 매각한 NPL에 대해 진정한 양도가 아니라고 공시했다.

감독당국의 지침에 따라 은행들은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평균 1%로 낮추어야 하는 입장. 연말을 앞두고 NPL 유동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유동화의 경우 다른 주머니로 살짝 옮겨 놓는 것에 그칠 뿐이어서 은행의 NPL 비율을 계산할 때 진정한 양도인지 여부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NPL ABS 발행 9개월새 70%↑…'자체 유동화'

올 9월말 현재 은행권의 NPL ABS 발행은 2조2391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70.6% 증가했다. 작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실여신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왼쪽 'NPL ABS 발행 추이' 그래프 참고 )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무려 1조27억원의 부실여신을 유동화해 가장 규모가 컸다.

신한은행은 835억원의 NPL을 유동화해 작년 말 대비 319.6% 급증했다. 하나은행은 1775억원의 NPL을 유동화, 2007년(569억원) 대비 211%나 늘어났다. 최근 2년 새 NPL ABS 발행이 부쩍 늘어난 농협중앙회도 3656억원의 부실여신을 처분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부실여신 매각도 같은 기간 각각 56%, 36% 늘었다.

유동화 방식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모로 자체 유동화 형태를 취했다.

국민은행이 KB제9∼13차 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자산을 유동화했고, 신한은행은 신한제8차유동화전문회사, KDF제1차유동화전문회사 등에 NPL을 매각했다. 기업은행은 기은10∼16차 유동화전문회사에 NPL을 양도, 매각회계처리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농협중앙회제18∼19차유동화전문회사가 NPL을 매입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F&I와 HB어드바이저스, PIA스톤브릿지NPL 등이 공동출자한 유동화전문회사에 NPL을 매각했다. 하나은행은 우리F&I제5차유동화전문회사, 우리F&I제13차유동화전문회사, 우리SB제10차유동화전문회사 등을 통해 NPL 자산을 처분했다.

KB제9∼13차유동화전문회사나 신한제8차유동화전문회사, 기은10∼16차유동화전문회사, 농협중앙회제18∼19차유동화전문회사 등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양도자산을 관리하는 곳이다. 우리F&I유동화전문회사나 우리SB유동화전문회사 등은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인 우리F&I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08년 사업보고서에서 이들 SPC에 매각한 NPL을 진정한 양도가 아니라고 공시했다.

신한지주는 신한제4∼8차유동화전문회사에 양도한 자산의 실질적인 통제권이 신한은행에 있다고 공시했고, KB금융지주도 KB제8∼11차유동화전문회사에 양도한 NPL을 국민은행이 사실상 보유한 것으로 회계처리했다. 우리지주는 우리SB제10차유동화전문회사에 양도된 자산이 진정한 양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대출채권이 매각되면 통제권이 매도인에게 없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대출채권이 매각된 이후에도 양도인이 사후보상을 받거나 되사오는 등의 조건이 붙는다"면서 "미국 회계기준(US-GAPP)은 자산유동화에 대한 요건이 까다롭고, NLP매각을 실질매각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화전문회사로의 NPL 매각은 '자산유동화법'에 의거해서 진정한 양도로 인정되고 있지만, 매각대상 자산에 대한 통제권 등에 비춰보면 실제로는 해당 은행이 관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서는 ▲법률상 자산의 소유권이 양수자에게 넘어갔는지 ▲양수자가 해당 자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지의 여부 ▲양도자의 해당 자산에 대한 통제권 상실 등을 따져 진정한 양도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산유동화법'상 설립된 SPC에 자산을 양도해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장부상 부실여신을 털어낸 것으로 회계처리가 가능하다.

감독당국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이 같은 NPL 유동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ABS 담당자는 "사모를 제외한 은행권의 공모 NPL ABS는 모두 '자체 유동화'"라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금감원 회계제도실 관계자는 "그 동안 미국에 준해서 '자산유동화법' 상 유동화전문회사에 자산을 양도할 경우에는 진정한 양도를 인정해줬다"면서 "그렇지만 IFRS 도입 시점에서는 반영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 NPL 비율은 고무줄?

회계장부 상 NPL 털어내기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사용됐던 NPL 유동화가 사실상 NPL 규모를 축소, 은폐시켰던 셈이다.

결국 은행의 NPL 비율(부실여신/총여신) 계산에서 자체 유동화로 매각회계 처리된 부실여신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서 NPL ABS 발행이 가장 활발한 기업은행은 자체 유동화로 털어낸 부실여신을 포함할 경우, NPL 비율이 공식 발표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6월말 현재 기업은행의 공식 NPL비율은 1.46%이지만, NPL ABS 발행분을 포함한 NPL비율은 2.15%에 이른다(왼쪽 '기업은행 조정NPL비율' 그래프 참고 ).

농협중앙회 역시 공식 NPL 비율은 1.77%이나, 조정NPL 비율은 1.87%로 상승한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의 NPL 비율도 3분기 NPL 유동화 실적(2786억원)을 포함할 경우, 공식 발표치(1.41%)보다 0.13%포인트나 높다(오른쪽 '국민은행 조정NPL비율' 그래프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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