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3월 29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코스닥 퇴출 진풍경이 펼쳐진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회계법인의 잣대와 엄격한 감독당국의 기준은 멋모르고 퇴출대상종목에 투자한 개미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안겨준다.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상장폐지실질심사를 통해 퇴출된 기업은 총 16개사로 이들의 평균 시가총액은 156억원에 달한다. 이는 2009년 기준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인 838억원의 18% 수준이다.
올해도 언론보도에 따르면 28일까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퇴출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상장법인은 28개사로 집계됐다. 다시한번 퇴출 공포가 몰아칠 기세다. 그 중에는 시가총액이 4000억원에 이르는 코스닥 27위 업체 네오세미테크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충격이다.
네오세미테크에 투자한 벤처캐피탈과 투자기관을 보면 6개가 넘으며, 회사가 발표한 미상환/미전환된 사채(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 사채) 잔액은 2009년 3월 기준 440억원에 육박한다. 외부감사인의 2009년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외부투자자와 채권자들이 회사가 이 지경까지 오는데 적절한 견제와 모니터링을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벤처캐피탈 자본은 다른 금융자본과 다르게 초기기업에 투자해 회수단계에 이르기까지 자금 뿐 아니라 경영지원, 성장지원, 마케팅 지원 등 종합 지원을 하는 전문 금융기관이다. 단순히 자본이득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산업 발굴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산업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까지 한다.
그렇기에 벤처캐피탈은 장기 모험자본이며, 벤처캐피탈에 참여하는 자금(LP)은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 정책적인 목표를 가지고 투입되는 것이 많다. 자본이득(Capital Gain) 뿐 아니라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모니터링, 컴플라이언스 역할까지 벤처캐피탈이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네오세미테크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우회상장 전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이 건전한 시장 감시자, 채권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회사의 문제점을 수정해 갔다면 상장 후 정보 접근성이 취약한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이 이런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벤처캐피탈의 '조기업적과시효과'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장기투자자본이라 하더라도 조합출자자(LP)에게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해 분배해주는 것이 의무이긴 하다.
하지만 단기 이익 보다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이 사업적으로 검증되고 투명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줘야 한다. 시장도 그것을 받아들일 때 코스닥 시장은 건전화 되고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얻어 소액투자자들도 안전하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벤처캐피탈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160개사 중 89개기업이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이다. 이미 50%가 넘는 기업이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아 성장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셈이다.
회계감사 기준 또는 상장심사 기준 강화를 얘기할 것이 아니라, 벤처캐피탈 스스로가 좀 더 높은 투자기준과 엄격한 투명성 기준을 가지고 투자심사와 모니터링을 해야한다. 그것이 벤처캐피탈의 사회적 기능에 충실한 것이며, 결과적으로도 코스닥 이라는 회수시장 건전화를 통해 벤처캐피탈의 장기 수익성 또한 개선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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