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9월 08일 1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벤처캐피탈업계에 돈이 많이 풀렸다. 혹자는 “투자할 업체도 별로 없는데 돈이 너무 풀려 걱정이다” 라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펀드레이징에 열을 올린다. 좋은 투자처에 돈이 많이 몰리고 경쟁이 치열해 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걱정을 하면서 닷컴 버블 시절을 연상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지난 2000년대로 돌아가 보자. 그 당시 창투사 수는 150여개에 달했고, 총 194개의 조합(펀드)가 한해 동안 결성되었다. 결성금액도 1조4000억원을 넘었다. 총 1910개의 회사에 2조원이 투자되었다.
2009년도의 실적은 어떤가? 100개의 창투사가 74개의 조합(펀드)을 결성하였고 총 1조4000억원의 돈이 모였다. 그리고 총 524개 회사에 9000억원의 돈이 투자되었다.
위의 수치만 보더라도 지금의 유동성 과잉이 10년 전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창투사 수는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50여개가 사라졌고, 결성금액은 비슷하나 투자금액은 50% 이상 축소되었다. 투자업체 수는 그 보다 더 큰 60%의 감소폭을 보였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돈은 많아 졌으나 벤처캐피탈이 똑똑해 졌다.
10년 전에는 벤처캐피탈 경험이 없는 인력들이 신규로 벤처캐피탈에 진입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인력들 앞에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혁명이 있었다. 다들 인터넷에 현혹 되었고, 미국과 한국 할 것 없이 인터넷 기업 투자에 미쳐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런 쓰라린 경험이 보약이 되었다. 돈은 많아 졌어도 투자에 냉정할 수 있고, 벨류에이셩(Valuation)도 오히려 하락하였다. 더군다나 그 사이 리먼브라더스로부터 촉발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도 겪지 않았던가.
투자업체 수는 줄었으나 평균 투자금액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벤처캐피탈들의 대형화도 그 영향이 있겠으나 초기기업보다는 중·후기 기업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평균투자금액이 증가한 탓도 있겠다.
유한책임조합원(LP)도 엄격해 졌다.
10년전에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유한책임조합원들은 개인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와 연기금 등 공적자금이 많아졌다. 금융위기와 주식시장의 침체는 자신들이 투자한 돈을 지키는 데 필요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비, 엄격한 출자심사 등으로 강화되었고 실력이 없는 창투사들은 그런 유한책임조합원들의 높은 기준에 따라 퇴출 되었다.
더 이상의 인터넷기업 투자 쏠림은 없다.
10년 전에는 주위 닷컴버블의 영향으로 다들 인터넷기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IT 부문에 대한 투자비중은 2001년도 55%에서 2009년도 23%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인한 소셜·모바일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는 하나 그 파괴력은 인터넷 혁명에 비할 바 못 된다.
이런 분석을 내 놓으면서도 올해 빈티지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다들 똑똑해진 벤처캐피탈들 틈새에서는 예전보다 빠른 움직임, 다른 전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읽는 능력과 판단력, 규모의 경제 등 고려해야 될 것들이 많다 보니 지금의 유동성 과잉이 오히려 더 큰 위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이 나만의 고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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