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公, 대기업 여신 확대 논란 최근 대기업 론 잇따라...은행권, 기대반 우려반
이 기사는 2010년 09월 14일 1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자금공급(기업여신)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대출에 쏠리면서 설립취지에 어긋난다는 우려의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중소기업 대출과 신성장동력산업 지원 등을 위해 설립된 회사인데 대기업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는 게 요지다.
14일 금융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기업 론(대출) 시장에 정책금융공사가 잇따라 '대주(Lender)'로 등장하면서 정책금융공사의 정체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STX에너지. 이 회사의 캐나다 법인이 가스 생산광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1억2000만달러(미화)를 조달하는데 한국수출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돈을 빌려준 것. 수출입은행은 7000만달러를 빌려주고 정책금융공사는 나머지 5000만달러를 대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이라는 리스크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주저하는 분야에서 정책금융공사가 자금공급 기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다소 의외였다"며 "자원개발 역시 신성장동력 산업 범주에 포함되므로 정책금융공사의 대출 범위에 들어가지만 시중은행과 영역이 차츰 겹치며 경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동부제철이 산업은행 등 6개 금융회사서 7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을 받을 당시 정책금융공사가 대주단에 참여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관은행이 시중은행 뿐 아니라 정책금융공사에도 대주단 참여 여부를 의뢰했고 긍정적 답이 나와 협조융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제철업의 경우 신성장동력 분야와는 거리가 멀어 정책금융공사가 참여하기는 다소 범주에 맞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책금융공사의 잇따른 대기업 여신 확대에 대해서 은행권 평가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저리의 자금을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에 지원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정책 금융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이 있다. 그러나 기존 은행과 업무 영역이 겹치면서 경쟁만 부추기고 중복 투자로 전체 금융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 평도 제기된다.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김영선 위원장은 "원래는 간접투자나 정책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직접투자나 직접대출이 많아지면 제2의 산업은행이 생기는 거 아닌가"라고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말기준 정책금융공사가 기업들에게 제공한 자금공급 규모는 약 3조6000억원이다. 올해 공급 목표액(6조원)의 60%다. 이중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온렌딩 대출은 1조6000억원 가량이고 신성장동력 분야에 1조5600억원 정도가 지원됐다. 녹색분야에는 3000억원 규모의 대출이 이뤄졌고 사회간접투자시설(SOC) 등 지역개발 부문에는 500억원 정도 자금 공급이 이뤄졌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출 비중은 대략 3대7정도로 대기업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온렌딩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은 대부분 대기업이 주요 타깃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렌딩 대출이란 일선 금융회사에 정책금융공사가 자금을 공급하되 실제 기업을 심사하고 대출을 담당하는 건 일선 금융회사가 맡는 간접금융을 말한다. 올해 공급 목표액 중 나머지(2조4000억원)도 대부분 대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신성장동력 분야용 자금이라는 점에서 대기업 대출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신용공여 한도가 꽉찬 대기업이 정책금융공사의 고객이 되고 있다"며 "저리의 자금을 대기업에 제공해 경제력을 키우는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책금융공사의 설립 취지는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게 첫번째"라며 "대기업 여신이 늘면서 정책금융공사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점이 일부 시중은행으로부터 경쟁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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