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11월 15일 08: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용산역세권 개발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자금 모집을 재개한다. 연내에 자산유동화사채(ABS)를 발행해 6555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ABS를 발행할 주관사 선정도 마쳤다. 발행 금리는 무보증회사채 ‘AAA’(3년물)에 연동한 4%대 후반 수준이다.
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와 드림허브는 자금 모집을 낙관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신용보강만 해 준다면 연 5% 아래 금리에서 무난히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드림허브는 앞서 지난해 12월 85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해 토지 중도금을 마련했다. 코레일이 토지 중도금 반환 형태의 신용을 보강했고, 20여곳의 기관투자자들이 모였다. 다들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했고, 실제로 상당한 이자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시장에서 수요가 사라졌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탓이다. 드림허브는 올해 자금 조달 방안을 놓고 내홍을 겪었다. 건설출자자 대표사인 삼성물산이 지급보증을 거부하자 토지주인 코레일이 '단군이래 최대의 알박기’라며 공세에 나섰다. 코레일의 압박에 맞서 삼성물산은 사업성 개선을 요구했다.
양측의 날선 공방은 삼성물산이 AMC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한때 운명을 같이하던 둘은 그렇게 동지에서 적으로 갈라섰다.
투자자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드림허브 회사채 매입을 주도한 실무자 책상에는 윗선에 올릴 보고서가 수북이 쌓였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는 "설마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이렇게 밑바닥까지 보일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않고 있다. 수익성 개선에 필요한 제도 보완도, 삼성물산을 대체할 대형 건설사 모집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같은 불안 심리는 회사채 유통시장에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드림허브의 ABS는 그동안 3000억원 가량이 유통됐다. 대부분 올해 초 거래된 것들이다. 코레일과 삼성물산의 갈등이 본격화한 지난 6월 이후 거래량은 2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금리를 더 쳐준다고 해도 선뜻 나서는 투자자가 없다. 코레일의 신용보강이라는 약발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드림허브를 기피하는 건 투자자들 뿐만이 아니다.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금융회사들도 슬그머니 등을 돌리고 있다.
드림허브는 그동안 경쟁입찰(비딩:Bidding) 방식으로 주관사를 선정해 왔다. 회사채 발행규모가 커 많은 증권사들이 비딩에 참여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코레일의 신용보강이 미뤄지면서 주관사 지위가 흔들렸다. 시간이 흐르자 시장 수요 조사와 금리 제안 등의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갔다. 그사이 주관사가 바뀌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와 금융 주관사의 외면. 시장에서 드림허브의 고립은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발행금리가 치솟고, 코레일의 신용보강을 통한 자금 모집도 위협받을 게 분명하다.
비딩 방식의 일회성 금융 주관사 선정이 능사만은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수의 금융 자문사를 선정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 불투명성이 걸림돌이 된다면 새로운 상품구조를 만들어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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