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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銀의 BBB급 채권 인수, 국책은행의 봉사? 3월부터 공격적 인수 행보..시장 반응은 엇갈려

김효혜 기자공개 2011-04-07 11:20:05

이 기사는 2011년 04월 07일 11: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지난 달 발행된 BBB급 채권의 1/3을 쓸어갔다. 1, 2월에는 단 한 건도 인수하지 않더니 돌연 태도를 바꾸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산은의 태도 변화에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침체된 BBB급 채권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는 긍정적인 평이 있는가 하면,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에 왜곡을 낳고 기업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1년 1분기 머니투데이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산업은행(이하 산은)은 전체 국내채권 대표주관 순위 6위(1조650억, 15건), 전체 국내채권 인수 순위 8위(1조1578억, 30건)에 올랐다.

인수한 채권을 등급별로 따져봤다. 산은의 AA급, A급 이상 채권 인수 순위는 각각 12위(3844억, 11건)와 9위(1조778억, 25건)였다. BBB급 이하 채권 인수 순위는 6위(800억, 5건)로 나타났다. 전체 인수 규모에서 BBB급 이하 채권이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은 적지만 AA급과 A급 이상 채권의 인수 순위를 감안하면 상대적 인수량은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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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점은 산은의 BBB급 이하 회사채 인수 실적(ABS 2건 제외)이 모두 3월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3월 한 달 간 발행된 BBB급 이하 회사채는 총 1900억원. 산은이 이 중 600억원 어치를 담아갔다. 인수 시기도 몰려있다. 3월 21일부터 31일 사이 '아주산업, 동부건설, 신원, 쌍용건설' 총 4건을 인수했다. 쌍용건설은 납입일이 이달 11일인 탓에 1분기 리그테이블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31일 증권신고서가 공시됐다. 사실상 인수가 확정됐다는 얘기다.

갑작스런 산은의 공격적 행보에 증권사 DCM파트의 IB들이 긴장하고 있다. 일반 증권사들은 회사채 주관 및 인수 경쟁에서 특수은행인 산은의 금리 베팅 능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배경이 어떻든 산은이 공격적으로 BBB급 채권을 담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산은이 회사채 시장에 강하게 밀고 들어오면 다른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만다"고 말했다.

산은은 특별한 계획이나 정책에 의해 BBB급 채권 인수량을 늘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은 발행시장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BBB급 채권이 시장에서 거의 소화가 안됐지만 올해는 되고 있다"며 "시장 수요와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가 맞물려 발행이 늘었고 이 같은 상황에 맞춰 BBB급 채권을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 아주산업·쌍용건설, 기업지원 위해 낮은 금리에 총액인수

산은이 단독으로 총액인수한 아주산업과 쌍용건설은 금리가 너무 낮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발행된 아주산업의 채권은 6.80%에, 오는 11일 발행하는 쌍용건설의 금리는 7.90%로 결정됐다.

아주산업의 발행금리는 채권평가사들이 고시하는 수익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자산평가의 경우 3월 18일(발행 전일) 현재 아주산업의 3년물 수익률을 8.02%로 고시했다.

물론 BBB급 채권에 대한 평가사의 민평수익률은 상당한 왜곡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주산업의 경우는 채권의 거래량과 거래금리 등으로 미루어 그 괴리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아주산업의 민평수익률이 꽤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평수익률에 비해 100bp 이상 떨어지는 이번 발행금리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 발행한 제16회차의 경우 발행일 당일 권면이자율에서 시작된 금리가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KIS채권평가 기준)를 보이고 있다. 3월 21일 6.80%를 저점으로 29일 6.89%의 고점을 찍고 소폭의 조정을 거쳐 지난 6일에는 6.85%가 됐다. 이는 곧 해당 채권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아주산업의 채권을 인수한 산은이 인수와 동시에 평가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쌍용건설도 마찬가지다. 4월1일부터 7일 사이 쌍용건설의 제135회차 회사채(잔존만기1.33년)의 거래금리는 8.50% 수준이다. 전일 한국자산평가는 쌍용건설의 1.5년물과 2년물의 수익률을 각각 8.15%, 8.76%로 평가했다. 이를 적용하면 이번에 발행하는 2년 만기 회사채의 평가금리도 최소 8.5%대는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 선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자금팀 관계자는 이번 채권이 "사실상의 여신"이라고 일축했다.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쌍용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산은이 회사채 발행 형식으로 여신을 제공해줬다는 얘기다.

산은 발행시장팀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은 채권을 발행하고 싶어했음에도 시장에서 받아주질 않았다"며 "증권사들이 못하겠다고 하니 우리가 기업 지원 측면에서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 "BBB급 시장 살려" VS "시장 왜곡, 부작용 낳을 것"

산은의 이 같은 구제성(?) 발행 지원에 대해 시장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완전히 침체된 BBB급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다.

올초 BBB급 채권에 대한 기관 수요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리테일시장에서도 원활히 소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산은의 BBB급 채권 인수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러 BBB급 기업들이 시장에 발을 내밀었고, 아시아나항공(BBB)과 하이닉스(BBB+)는 투자자들이 몰려 '대박'이 터졌다.

B 증권사 관계자는 "BBB급 채권에 대한 수요가 적다보니 해당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굉장히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 점에서 보면 산은이 이들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적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어차피 BBB급 시장은 증권사들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실패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며 "A급 채권 시장으로 침투해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산은이 BBB급 채권을 소화해 주는 것을 나쁘게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의 채권 가격 결정기능을 왜곡시킨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산은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익률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논리'로 금리를 정해버린다는 것. 산은이 다른 기관에 채권을 매출하지 못하고 계속 갖고 있는 것도 최초 인수 금리가 워낙 낮은 탓이라는 설명이다.

또 민영화를 앞둔 산은이 얼마나 이 같은 지원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특정 기업에만 이 같은 지원을 해줄 경우 다른 기업들에 대한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산은은 예전부터 증권사들이 간신히 금리를 맞춰놓으면 마지막에 들어와서 불가능한 금리를 제시해 물량을 받아갔다"며 "크레딧과 민평수익률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E 증권사 관계자는 "곧 민영화되는 산은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시장 질서를 거스르는 지원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발행이 어려운 BBB급 기업들을 모두 도와줄 것이 아니라면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자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현재 주어진 기능에 충실할 뿐,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영화가 되기 전까지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의미다.

산은 관계자는 "곧 민영화가 되겠지만 정부에서 어떻게 방향을 잡고 나갈지 알 수 없다"며 "산은에게 시장을 메워주는 역할을 남겨둘지, 수익성으로 승부하라고 할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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