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0월 15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에 대한 소신이 변화중이다"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한달만에 사모펀드 시장을 언급했다. 그 발언은 경고였다. 부연 설명까지 곁들여지면서 은 위원장의 발언은 무게감이 더해졌다.
"밖에 있을 때 보니까 당국이 간섭을 하면 안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최근 악재가 반복되고 있어 소신만 이어가다 보면 투자자 보호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입장이 바뀌고 있다"
공수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벌써부터 몇몇 운용사들이 지목되면서 고강도 압박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걱정하는 이유는 첫째 금융위원장이 대놓고 경고를 날려도 괜찮을 정도로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체급과 체력이 좋지 못하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벤처기업 수준이다. 자금운용의 테크닉에 비해 운영 측면에서는 아직 영세하다. 대형회사라면 외부 충격이 있거나 사고가 터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같은 힘이 가해질 경우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버텨낼 체력과 전략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한참 어른인 금융위원장이 어린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너무 센 펀치를 날린 격이다.
둘째 금융위원장이 타깃을 정확히 못 잡았을 수도 있다. 은 위원장의 소신 변화를 이끈 가장 큰 원인은 라임자산운용 이슈와 더불어 은행권 파생결합증권펀드(DLF)다. 그런데 DLF 이슈는 사실 사모펀드 이슈가 아니다. DLF에서 펀드는 껍질일 뿐 본질은 증권사가 발행한 DLS다. 원래 파생결합증권신탁, 즉 DLT로 팔던 것을 고객에게 친숙한 펀드로 포장한 것 뿐이다. 동양사태의 본질은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였지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씌운 증권사 신탁이 본질은 아니었다. 또 대규모 손실을 봤던 역외 펀드 역시 환헤지 스킴이었지 해외펀드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가 애먼 상품을 들쑤신 경우는 허다하다.
셋째 사모펀드에 칼을 들이 대는 건 수년간 정부가 추진해 온 금융 선진화 로드맵을 스스로 엎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사모펀드 개편안을 수차례 내놓으면서 금융선진화 로드맵을 착실하게 이행해 왔다. 머지 않은 시기에는 복잡한 사모펀드 규제를 단일화·간소화한다는 계획까지 잡아 놓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로드맵에 규제라는 칼을 들이댈 경우 후진은 불가피하다. 시장 전체에 대한 규제보다는 잘못을 저지른 주체에 대한 확실하고 강력한 처벌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금융 시장에서 사고는 항상 터지기 마련이다. 당국의 책무는 사고 재발 방지다. 이를 위해 사고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게 중요하다. 또 대놓고 엄포를 날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대를 봐가며 '조용히'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사모펀드 시장의 토대를 너무 크게 흔들어 놓으면 원상복구가 불가능해 질 수 있다. 그래서 신임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너무 무겁고 결과적으로 날카로운 게 아니었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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