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17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억원이라는 거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정확히 어떤 자산에 투자하고 또 손익 구조가 어떤지 몰랐다면 누가 이를 책임져야할까. 손실이 발생하면 일단 판매한 회사가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증권사가 아닌 은행에서 판매된 상품이면 더 그렇다. 경제적 이슈가 사회적 이슈로 번지기를 원치 않는 금융당국은 판매사를 압박하기 마련이다.독일 국채금리와 영·미 스왑금리(CMS)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펀드, 즉 DLF 문제가 딱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이를 판매한 은행은 불완전판매를 자백(?)하는 수준이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법규나 규정이 아니라면 모든 원금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OEM 펀드 논란에 비히클(vehicle)을 제공한 자산운용사도 숨죽이고 있다. 은행이든 자산운용사든 '죽일 것들'이 됐다.
그런데 DLF 사태의 또 다른 주체인 투자자들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는 곳은 없다. 최소 1억원 이상이나 투자하고도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처 몰랐고 그러면서도 재투자 비율이 60%가 넘는 투자자들은 선량한 피해자들일 뿐이다.
이 상품의 최소가입금액 1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파생상품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은행 직원 말만 믿었다면 '무책임한 투자'가 아니었을까. 사실 그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투자를 하지 않는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다.
게다가 이 상품은 무차별적으로 판매되는 공모상품도 아니었다. 몇몇 고객들에게 판매된 사모펀드다. 모르고 투자했다고 하기에는 학습비용이 너무 크다.
문제는 이 이슈에 관련되지 않은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다양하고 참신한 상품 구조를 만드는 데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조짐은 보이고 있다. 그냥 단순하고 알기 쉬운 과거의 금융상품으로 회귀하는 게 상책일 수 있다. DLF 사태가 급성장한 사모펀드 시장의 발목을 잡는 이슈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 금리 DLF 상품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400조원을 넘어선 사모펀드 전성 시대의 투자자도 합리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특히 자산관리 시장은 급속한 발전을 해왔는데 판매사와 투자자를 포함한 투자 문화는 10년 전 혹은 20년 전 그 지점에 딱 멈춰 서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자 반성이다.
모든 금융상품 투자 설명서에는 '모든 투자는 투자자의 책임이다'라는 문구가 기입돼 있다. 이 원칙을 너무 쉽게 여기면 우리나라 자산관리 시장, 크게는 금융시장의 뒷걸음질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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