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업 리포트]'불황 끝 HSD엔진', LNG선 부활 뱃고동올해 턴 어라운드 유력, 수익성 위주 믹스 개선‥두산 떠나 첫 흑자 전망
구태우 기자공개 2020-02-14 09:19:2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대형 선박이 바닷길을 가로지르는 힘은 엔진에서 나온다. 엔진의 거듭되는 폭발로 인해 거대한 힘이 만들어지고, 육중한 배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블록이 선박의 '근육'이라면 엔진은 '심장'과도 같다. 1만 TEU 선박에 들어가는 엔진은 10만 마리 이상의 말이 끄는 것과 같은 힘을 낸다.이 때문에 선박은 엔진의 핵심 부품이다. 선박 엔진 사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장기간 기근이었다. 조선업의 공급 사슬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선박이 발주돼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말부터 신조 발주가 줄면서 조선기자재 업체와 부품사들은 '혹한기'를 보냈다.
HSD엔진도 마찬가지였다. HSD엔진은 조선업 불황과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2018년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2016년에 이어 또 한번 지배구조가 변동됐다.
HSD엔진은 두산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합작 형태로 설립했다. 2000년 대우조선해양까지 증자하면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이 각각 '32:17:51'의 지분을 보유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조선사들은 지분을 팔고 떠났고, 두산중공업마저 회사를 매각했다.
최근 HSD엔진이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LNG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수주 물량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3년 만에 8000억원대 매출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HSD엔진은 지난 7일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6737,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24억원을 기록했다. 수주 물량 감소의 영향으로 2년 연속 적자 경영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올해 '턴 어라운드'가 유력시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HSD엔진은 올해 85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SD엔진은 과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조선 부품사였다. 신조 발주가 줄면서 2016년 8000억원대로 매출 규모가 낮아졌고, 급기야 2018년 5000억원대까지 매출이 줄었다.조선업 수주 불황이 걷히면서 수주 잔고를 차곡차곡 쌓아 올해부터 회복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최소 2~3년치 일감을 쌓아놓는조선업의 경우 실적 전망이 대부분 들어 맞는다.
HSG엔진에 따르면 현재 수주 잔고는 약 1조1000억원이다.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에 들어가는 엔진 수주가 늘은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수주량 중 LNG 추진선 비중은 32%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LNG 추진선의 신조 발주가 늘고 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면 벙커C유로 선박을 구동할 때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들고 연료비가 적게 든다.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LNG 추진선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HSD엔진의 선박 엔진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들어간다. 국내 조선사와 중국 조선사의 비중은 5:4다. 현대중공업은 자사의 엔진을 사용한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양대 엔진 제작사다. 신조 발주는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LNG선 위주로 발주되는 점은 조선소와 엔진 제작사 모두에 긍정적이다.
HSD엔진은 올해 일감이 늘어난 만큼 재고를 넉넉하게 쌓고 있다. 지난해 기준 순차입금은 2112억원으로 전년보다 722억원 증가했다. 재고자산이 증가한 영향이다.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각각 61.4%, 342%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선수금 비중이 전년보다 늘었는데, 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올해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HSD엔진은 올해 본격적인 '확장기'에 대비해 재무전략을 마련했다.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800억원 규모의 단기사채 발행한도를 설정했다. 자금 조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오는 4월 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를 상환하지 않고 '롤 오버'하기로 했다. 확장기에 접어든 만큼 재무구조 개선은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HSD엔진 관계자는 "올해 상당히 개선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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