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업 리포트]HSG중공업의 성동조선 인수 노림수, '메가' 블록대형 야드서 초대형 블록 건조, 공기 단축·건조 효율 높아져, '빅3' 관심
구태우 기자공개 2020-02-13 09:03:5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2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 건조 과정은 '블록 쌓기'와 같다. 여러 블록들을 용접해 이어 붙여가며 선박의 형태를 만든다. 철판을 블록으로 만들어 탑재하고, 도장 및 배관 작업까지 마치면 선박을 바다에 띄울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선박 건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블록은 수만 톤에 달하는 선박의 골격이자 근육 역할을 한다. 조선업에서 블록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 '빅3'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블록을 자체 생산하지만, 일부는 협력업체에 맡긴다. 블록의 적기 납품과 품질은 선박의 공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선박은 블록을 이어 붙여 완성되는 만큼 블록 간 오차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조선사와 블록 업체 모두 설계도면대로 작업해야 한다. 블록 조립 공정에서 지연이 발생하면 선박 건조 프로세스가 지연된다. 이는 조선소의 손실로 이어진다.
2000년대 초반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을 때 블록 업체들은 우후죽순 생겨났다. 당시 조선소는 수주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여러 블록업체에서 블록을 공급받아야 했다.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블록을 공급받으면서 건조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조선업이 점차 침체기를 맞으면서 블록 업체들은 대부분이 폐업을 맞았다.
HSG중공업의 블록 사업은 '불황'을 꿋꿋하게 견뎠다. 폐업은 피했지만 블록 사업 규모는 이전보다 축소됐다.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해양 플랜트 설비 부문에서 나온다. 블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이다.
HSG중공업은 이전보다 외형은 줄었지만 존재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HSG중공업은 사모펀드 운영사 '큐리어스 컨소시엄'과 함께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내달 말 잔금을 모두 치르면 인수 절차가 모두 끝난다. 관련 업계는 HSG중공업·큐리어스 컨소시엄이 계약금 전액을 확보한 만큼 변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의 관심은 HSG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한 이유에 쏠리고 있다. LNG선 발주가 늘면서 조선업황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년보다 신조 발주 물량이 30% 가까이 줄었고, 중형 조선소들은 중국 조선소와 경쟁으로 인해 입지가 더 좁아졌다. 블록 기자재업체 역시 중국 업체의 돌풍이 거세다.
이 때문에 HSG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해 시너지를 낼 지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다.
HSG중공업의 노림수는 '메가 블록(mega block)'에 있다. 메가 블록은 기존의 블록보다 5~6배 큰 초대형 블록이다. 과거 조선소의 크레인의 운반 능력이 낮아 메가 블록을 옮길 수 없었는데, 현재는 가능해졌다.
선박 한 대에는 100개 이상의 블록이 들어간다. 이를 일일이 용접해 조립할 경우 조립 기간만 수개월에 걸린다. 하지만 메가 블록을 이용할 경우 10개의 블럭 만으로 선박을 조립할 수 있다. 설계는 물론 용접도 용이해 건조기간이 2달 미만으로 줄어든다. 이때문에 공정 효율이 크게 줄어드는게 장점이다.
HSG중공업은 성동조선해양의 1~2 야드를 활용해 메가 블록을 생산한다. 성동조선해양의 1~2 야드는 각각 28만㎡, 110만㎡에 달해 규모가 크다. 성동조선해양은 과거 블록 업체로 출발해 조선업이 호황기이던 2001년 조선소로 전환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조선소인 만큼 생산시설이 현대화된 게 장점이다.
HSG중공업의 사천공장은 부지 면적이 7만여㎡에 불과해 메가 블록을 생산하기에는 여의치 않다. HSG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블록을 납품한다. 메가 블록은 일반 블록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다. 메가 블록을 납품하면 사업 구조도 바뀐다. 주사업이던 해양 플랜트 설비 부문의 매출보다 메가 블록의 매출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HSG중공업은 메가 블록 납품을 위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과 논의 중이다. 주로 LNG선에 탑재될 블록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수익성에 방점을 찍고 있어 메가 블록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HSG중공업은 조선소의 '니즈'를 간파하고 전략적으로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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