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23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핫'한 증권사는 KB증권이다. 상장 밸류가 최대 10조원까지 거론되는 카카오페이의 IPO에서 단독 대표 주관을 맡는 성과를 냈다. 이 정도 몸값의 딜을 KB증권이 홀로 따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IB업계에서 화제다.국내 IPO 시장은 '빅3' 체제다. 오랜 기간 수많은 딜을 소화해온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선두권을 공고히 지키고 있다. 여기에 역시 전통의 강자인 삼성증권과 매서운 기세의 KB증권을 더해 '빅5' 구도가 짜여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B증권의 IPO 파트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딜 소싱(발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쌓이자 빅딜마다 빠짐없이 주관사를 제안하며 기세 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다보니 실무 인력에 대한 주문이 많아지고 업무 부담도 서서히 쌓여가고 있다.
딜 소싱에 사력을 다하는 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수년 동안 영업에 매달린 덕에 과실을 거두기 시작했는데 안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 단위 빅딜에선 주관사 경쟁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IPO 하우스의 평판을 낮출 수 있다. 겨우 상승 기류에 올라탄 만큼 메이저 증권사와 걸음걸이를 맞춰야 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KB증권의 입지는 무엇보다 딜 익스큐션(실행)에 달려있다. IPO 주관 계약을 추가해 일감을 더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수임한 빅딜의 클로징 성과(공모 결과)가 관건이다. 합병 KB증권이 출범한 이후 조 단위 IPO를 하나둘씩 확보했으나 아직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
카카오페이뿐 아니라 원스토어, 카카오페이지, 호반건설, SK매직 등 빅딜을 여럿 쥐고 있다. 하지만 IPO 시장의 부침과 발행사의 내부 사정으로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IPO 하우스의 트로피로 여겨질 랜드마크 딜이 없는 만큼 빅5 구도를 거론하는 건 아직 이른 시점이다.
이런 여건에선 여기저기 모든 딜에 기웃거리기보다 익스큐션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게 상책일 수 있다. 단지 평판 유지 차원에서 주관 경쟁에 참여하는 딜이라면 IB의 역량 소모가 더 뼈아프다. 조직 여력을 넘어선 딜 소싱으로 과부화가 걸리면 기껏 확보한 딜의 완수를 장담하기 어렵다.
기존 딜의 주관 자리를 방어하는 것도 딜 익스큐션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미 상장 주관 계약을 맺었으나 IPO 파트너가 변경된 사례가 즐비하다. 주관사를 바꾼 기업이 내놓는 공통 사유가 바로 IB의 집중력이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IB 인력은 막상 상장의 고지에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IPO 시장에서 빅3라는 이름값의 무게가 무겁다. 이들 증권사가 다져놓은 입지는 확고한 경쟁 우위로 자리매김했다. KB증권이 빅5 재편을 시도하려면 빅딜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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