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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더 붐비는 사모채 시장, 공모채 구축 현실로? [Market Watch]전년 동기 대비 발행량 급증, 대기업 발길 '꾸준'…시장 투명성 퇴보

이지혜 기자공개 2020-11-30 14:03:4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06: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산한 공모 회사채 시장과 달리 사모채 시장은 아직 문전성시다. 10월 이후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중공업, 호텔롯데, KCC 등이 잇달아 자금을 조달했다. 발행규모가 적지 않은 것은 물론 만기도 길어졌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15년물 사모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모채 발행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모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사모채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발행사들이 많아졌다.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여력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신용도가 우량한 발행사의 사모채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사모채 시장이 팽창할수록 시장의 투명성은 흐려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자 보호가 한결 중요해졌지만 사모채 시장은 공모채 시장에 비해 리스크가 드러나지 않는다.

◇공모채는 위축, 사모채는 팽창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이후 발행된 만기 2년 이상 일반 사모채는(PCBO 제외)는 모두 1조664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만기 1년 이내의 사모채는 회사채라기보다 사실상 대출의 성격이 짙다.

만기 2년 이상 일반 사모채 발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대폭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발행된 사모채는 모두 1조154억원 규모다. 2019년 11월 25일 이후 발행된 사모채도 적잖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사모채의 증가폭은 더욱 크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들이 사모채 조달에 적극 나섰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해 현대제철, 호텔롯데, 현대오일뱅크, KCC 등이 사모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기업 계열사의 참여도 늘었다.

만기도 길어졌다. 지난해 만기 5년 이상 사모채를 발행한 기업은 SKE&S와 현대로템, JW신약 세 곳뿐이었다. 이들은 각각 3300억원, 1060억원, 100억원 규모로 영구채를 발행했다.

반면 올해는 만기 5년 이상 사모채를 발행한 기업이 8곳에 이르렀다. CJCGV가 800억원, 현대오일뱅크 200억원, JTBC가 30억원 규모로 영구채를 찍었다. SK종합화학, SK하이닉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호텔롯데 등은 만기 10년 이상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15년물 사모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공모채 시장과 대비된다. 올해 10월 이후 발행된 공모채는 모두 4조582억원 규모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발행된 공모채가 9조770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토막이 됐다. 공모채 시장은 위축된 반면 사모채 시장은 팽창한 셈이다.

◇사모채, 코로나19 ‘피난처’ 부각

사모채가 기업들의 자금 조달 피난처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도가 낮거나 업황이 나빠져 공모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사모채 시장으로 도피한다는 것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수요와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형성되는 것이 사모채 시장”이라며 “사모채를 발행한 기업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코로나19에 따른 업황악화로 실적이 나빠졌거나 신용도에 타격을 받아 공모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모채 발행시장은 올해 7월 유독 발행량이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사모채를 포함한 기타 회사채 발행량은 1조4654억원에 이르렀다. 월 평균 기타 회사채 발행량이 2000억~3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회사채 크레딧 스프레드가 양극화했다”며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되는 사례가 늘면서 사모채 발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투자여력이 남은 기관들이 사모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상반기 보수적 투자태도를 유지하면서 연말인데도 투자여력이 남아 있는 사례가 있다”며 “신용도가 우량한데 공모채를 발행에 어려운 기업을 향해 기관투자자의 러브콜이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종자본증권 등 영구채를 포함해 만기가 긴 공모채일수록 투자자가 한정돼 있다. 상대적으로 사모채는 발행기간이 짧고 절차도 간편하다보니 굳이 공모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모채 시장 팽창 ‘계속’, 리스크 우려도

사모채 시장이 올해도 팽창할 가능성도 유력해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공모채로 발행되는 BBB등급 이하 회사채 비중은 갈수록 줄었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사모채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시장의 신용위험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신용도가 낮은 채권에 대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사모채 차환이 어려워지면 발행기업의 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채 시장이 팽창할수록 시장의 투명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모채 시장에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사모채 시장이 팽창했다"며 “공모채와 달리 사모채 시장은 엄격한 규제가 없어 지배구조 리스크 등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이나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올해도 사모채 시장이 팽창했다. 이런 상황일수록 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돼야 하지만 사모채 시장의 성장으로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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