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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미션' 조현민 부사장, '성과 만들기' 돌입했나 [플랫폼 손잡는 택배사]⑤미래성장전략 총괄, 카카오모빌리티와 신규 비즈니스 추진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02 08:15:04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택배시장의 급성장'이다. 비대면 소비의 확산으로 시장이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택배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들은 신규 일감 확보 및 영향력 확대 방안으로 플랫폼사와의 결합을 선택했다. 플랫폼 이용자를 잠재적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각사별 전략을 알아보고 미래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30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이 밝힌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을 잡은 이유는 택배사업 활성화와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다. 양사가 '모빌리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본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인 조현민 부사장과 연관 짓는 해석이 존재한다.

㈜한진으로 둥지를 옮긴지 1년 가까이 된 만큼 존재가치를 증명할 만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그래야 '넥스트 스텝'을 생각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은 최근 급격히 악화된 택배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발굴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부사장은 현재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조 부사장은 최근 열린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업무협약식을 포함해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활동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언론 노출 빈도가 늘어나며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에도 확실히 눈도장을 찍는 모습이다.

㈜한진과 카카오모빌리티가 택배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일 왼쪽이 조현민 부사장. <출처:㈜한진>

조 부사장이 ㈜한진으로 자리를 옮긴 건 작년 9월이다. 당시는 마케팅 총괄 전무였으나 연말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미래성장전략 총괄 역할이 추가됐다. 이때부터 류경표·노삼석 대표와 함께 '3인 총괄' 체제를 이루며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한진이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었다.

하지만 명성 대비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조 부사장은 이 자리에도 직접 참석했다.

양사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동 관련 빅데이터와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한진의 물류·네트워크 자산과 접목해 미래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시작은 택배지만 자율주행 기술에 기반을 둔 택배차량 인프라 개발과 AI 기술을 확용한 운송관리 시스템 구축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신사업 발굴 등으로 미래성장전략을 짜야 하는 조 부사장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다. 전국민이 다 아는 '카카오'와 협력한다는 건 ㈜한진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앞서 조 부사장은 자신의 취미인 게임에 물류를 결합한 택배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진 이름을 알리고 소비자들이 택배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첫 협력사례인 개인택배는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사실 양사가 지난달 '카카오T' 플랫폼 기반 택배서비스 협력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택배 이용 창구에 '휴대폰 앱'을 하나 추가해 개인 이용자들의 접근성과 편위성을 높인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택배는 전체 물동량 중 1% 미만일 정도로 시장 내 비중이 크지 않다. 물량 자체가 미미해 고객이 일부 늘더라도 시장점유율(M/S) 등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택배사들이 시스템 개선이나 프로모션 확대 등에 소극적인 이유다. 또한 택배기사 입장에선 일일이 상품 1~2개씩 픽업해야 해 효율적이지도 않다.

다만 수익성 개선 차원이라면 이해가 된다. 통상 개인택배는 기업택배보다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기업고객(B2C) 물량은 계약단가로 처리하지만 소비자(C2C) 물량은 박스당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보통 최저가격이 2500~3000원 정도다.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평균 단가는 2221원이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C2C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고 픽업에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그래도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 수익성은 최근 ㈜한진의 관심사다. ESG경영 확대 차원에서 실시한 분류인력 투입 등으로 원가부담이 늘며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커머스 거래가 급격히 늘며 작년 2분기 5%까지 치솟았던 영업이익률이 4분기엔 2.7%로 떨어졌다. 심지어 올 1분기엔 택배부문이 적자전환했다. 택배사업 적자는 수년간 전례가 없었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더욱이 적자 원인인 인건비는 비용 성격상 한 두차례로 끝나는 일회성 이슈가 아니다.

신사업 발굴과 마케팅 총괄이 조 부사장의 임무지만 실적 부진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항공사업을 맡고 조 부사장이 물류를 책임지기로 사실상 그룹 내 역할이 나눠진 상황에서 수치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수 있다. 추후 이사회 합류 등과 직결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당초 조 부사장이 올 초 ㈜한진 이사회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빗나갔다. 소속을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제대로 된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부 직원들의 인정도 필요했다. 이에 1년 동안 실력을 증명한 뒤 내년 3월 이사회에 들어갈 거란 관측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내년 초 한진그룹 전반에 경영진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조원태 회장 체제가 3년차를 맞아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룹에 남아있는 조양호 전 회장의 사람이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다. 석 사장은 2019년 조 전 회장 별세 후에도 그룹에 남아 조원태 회장 체제 연착륙을 도왔다.

만약 석 사장이 한진칼 대표에서 물러나면 주요 계열사인 ㈜한진 기존 경영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표이사 중 한명이 석 사장 후임으로 자리를 옮기고 조 부사장이 ㈜한진 각자 대표에 선임돼 남은 대표와 호흡을 맞출 거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석 사장은 올 3월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용퇴 준비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조현민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사업협력을 한다는 점도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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