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07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충당금이 제일 고민이죠. 경기 둔화에 코로나19 이후 후폭풍까지…이럴 땐 충당금을 쌓아 방어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마냥 쌓자니 실적에 부담이네요. 어쨌든 CFO는 숫자로 성적을 증명해야 하니까요."국내 A 은행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요즈음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답이다. 보통 이런 질문엔 답변 전 조금의 뜸이 있기 마련이다. 답변을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서다. 하지만 그는 0.1초의 망설임 없이 말을 이어갔다. 답답함을 알아달라는 듯 '술술'.
물론 엄밀히 따지면 충당금은 CFO보다는 최고위험책임자(CRO)와 더 관련이 있다. 충당금 자체가 은행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대비해 쌓아두는 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CFO가 충당금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충당금 규모가 이익에 직접 영향을 주는 탓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한다는 건 그만큼 수익에서 떼어 내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돈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매 분기 우상향하는 이익을 보여줘야 하는 CFO 입장에선 실적에 부담을 주는 충당금이 깊은 고민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행인 점은 아직까진 늘어난 충당금을 버틸 여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 CFO는 "아직까지는 버틸만 합니다"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일명 정공법, 은행의 주요 수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자 이익으로 어느 정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그의 고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이 꺾일 줄을 모르고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은행이 손실 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아직'이란 단어를 쓴 이유도 여기 있어 보인다.
실적과 방어 사이. 그 어딘가에서 적절히 줄다리기해야 하는 것 또한 CFO의 몫이 아닐까. 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숫자로 증명해 내는 것 말이다. 위험 관리 속에서도 이익을 적절히 도출해 내는 능력. 현시점에서 은행 CFO가 증명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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