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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지배구조 재편? "문제는 주주야!"

양정우 자본시장부 차장공개 2024-04-12 07:35:36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디앤디에서 인적분할한 SK이터닉스가 재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직행했다. 코스피에 상장한 국내 그룹 계열사로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기록이다. 그만큼 부동산 기업(존속법인)이라는 틀에 억눌려왔던 신재생에너지 파트(신설법인)가 시장의 재평가를 제대로 받고 있다.

그룹사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시장의 환호가 나오는 건 아직 낯설다. 여전히 익숙한 건 경영진(최대주주)과 주주(소액주주) 간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야기했던 구조들이다. 하지만 SK이터닉스는 투자 유치나 조달 여건 측면에서 인적분할 전과 다른 입지를 확보했고 무엇보다 SK디앤디 기존 주주의 갈증이 함께 해소됐다.

최대주주와 나머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 지배구조 재편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 지분의 공개매수를 결정하면서 서프라이즈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20%나 할증된 공개매수가에 의무 취득 요건(5%)을 훨씬 웃돈 25%를 사들인다. 최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 모두 만족할 만한 카드를 내놓자 역시 주가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분할과 합병이라는 지배구조 재편의 키워드는 오랫동안 국내 시장에서 부정적 신호로 인식돼왔다. '자사주 마법'으로 불리는 지주사 전환이 대표적이다. 자사주를 대거 확보한 존속법인이 인적분할에 나선 후 공개매수, 주식스왑을 통해 신설법인에 대한 지분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물적분할과 자회사 기업공개(IPO)라는 수순도 개미투자자 입장에서 경계 일순위다. 모두 다른 주주의 사정을 도외시하는 방책인 탓에 불만과 손실이 이어졌다.

하지만 근래 들어 추진되는 지배구조 재편안에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전제가 깔려 있는 게 눈에 띈다. 바로 나머지 주주와 '윈윈'을 꾀하려는 점이다. 경영진은 결국 최대주주의 빅픽처 쪽으로 회사의 방향타를 쥐어야 한다. 하지만 비록 도착지가 같더라도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는 행로를 선택하는 건 오너의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시도와 극명하게 다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대세 흐름으로 자리잡은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매년 창출된 수익을 투입해 자사주를 없애면 주당순이익의 증가로 주식이 비싸진다. 이런 주주환원 정책으로 기존 주주는 자본 이득을 얻지만 최대주주는 지배력까지 강화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아직 지배구조에서 마지막 퍼즐이 남아있는 미래에셋금융그룹도 미래에셋증권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규모 기업집단은 오너가의 승계와 생존에 필수인 혁신에 마주할 때마다 지배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결국 해법의 중심부엔 주주가 있었고 해결 방안의 핵심은 이익의 공유였다. 따지고 보면 당연히 나눠야 할 돈이었는데 오랜 기간 사정 당국과 각을 세우면서 값비싼 비용을 부담한 그룹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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