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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선학개미의 '주주권리' [thebell note]

노윤주 기자공개 2024-04-17 07:26:41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6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주식에 동학개미, 해외주식에 서학개미가 있다면 비상장 시장에는 선학개미가 있다. '먼저 선(先)'자를 따와 남들보다 빠르게 기업 가치를 알아보고 투자하는 개인을 선학개미라 부르기 시작했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으로 비상장 주식거래가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고 선학개미가 양성됐다.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현금화하려는 스타트업 임직원과 유니콘 기업 투자수요가 맞물려 거래도 꽤나 활발히 이뤄지는 편이다.

인가 받은 플랫폼에서 개인이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40여개다. 개수는 적지만 두나무, 케이뱅크, 컬리, 카카오스타일 등 한 번쯤 들어본 유니콘 기업들이다. 전문투자자 자격을 취득했다면 거래 가능 기업이 6900여개로 늘어난다.

주주 열기도 상장사 못지 않다. 언제 증시에 입성할지, 주가는 언제 오를지 관심이 뜨겁다. 이런 시류는 몇주 전 두나무 주주총회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유례 없이 많은 주주들이 참석한 올해였다.

주총집중일인 지난달 29일, 오전 8시로 잡힌 일정. 누군가는 타 기업 주총 참석을 포기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다. 투자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여실히 느껴졌다.

이들이 귀한 시간을 낸 건 '경영진과의 대화' 때문이다. 비상장사 소액주주들은 사실상 1년에 딱 하루 주총장에서만 사측과 대화할 수 있다. 작년에는 짧게나마 이석우 대표가 주주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사례가 소문나 올해는 더 많은 주주가 몰린 듯 하다.

그러나 올해 주총은 주주들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이 대표는 안건 처리 후 곧바로 폐회를 선언하고 자리를 떴다. 질의응답은 없었다. 공개 질문은 받지 않으니 개별적으로 문의를 달라는 말을 남겼다. 누구에게, 어떻게 개별 질문을 넣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어찌 대화를 피하냐"는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결국 함께 주총장에 자리했던 남승현 CFO가 혼자 남아 한 시간 가량 주주들의 질문에 모두 답변한 뒤 현장이 진정됐다.

사측의 입장은 공개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업 방향을 언급했다가 일이 커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작년 같은 자리에서 "신사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이 대표의 발언이 메타버스, NFT 등 사업을 중단한다는 뜻으로 와전돼 퍼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주와의 대화에 조금은 열린 자세를 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학개미, 말 그대로 남보다 먼저 회사의 가치를 알아본 고마운 투자자들이다.

두나무는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며 선학개미 부흥에 앞장섰다. 그렇기에 비상장 주주권리를 보다 존중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년에는 선학개미와 사측의 건전한 논의가 오가는 주총이 펼쳐지기를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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