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0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나무는 비상장사다. 그러나 주주총회는 여타 상장사 못지 않게 소액주주들의 참석이 활발했다. 주요 안건은 송치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정도였지만 경영진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주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다만 예년과는 달랐던 진행 과정으로 인해 주주들과의 갈등 상황이 연출됐다. 사업 방향에 대해 주주와 논의하는 시간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이석우 대표, 남승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폐회 후 별도 시간을 마련해 사업 방향을 공유하는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했었다.

두나무는 2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업비트라운지에서 제1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은 여러 기업의 주총이 몰리는 집중 개최일이었다. 게다가 오전 8시라는 이른 시각에 주총을 열었지만 주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준비된 좌석이 모자라 서 있거나 바닥에 앉는 주주들도 있었다.

주총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전자증권 발행을 위한 정관 변경, 송치형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사내이사 보수한도 200억원, 감사 보수한도 승인 5억원 등이 참석 주주 과반 이상 동의를 받았다.


소란은 그 후에 불거졌다. 통상적으로 주총에서는 경영진이 주주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두나무도 작년까지 이석우 대표가 직접 주주들의 질문에 하나 하나 답변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 대표는 안건 결의 후 주총을 폐회하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이에 주주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총회 장소에는 남승현 CFO가 남아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주총 안건 외 질문은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사전에 밝혔다. 그러나 주주들의 질문 대부분은 상장 관련이었다.

한 주주는 "대부분 상장을 염두에 두고 두나무 주식에 투자한 것 아니겠냐"며 "계획을 알려달라"고 질문했다. 남 CFO는 "상장은 언제 하겠다고 얘기한 적 없다"며 "상장 여부 자체를 거론한 바 없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질문에도 "상장을 전제로 자금 모집한 바 없다"며 "회사 사정상 의사 결정된 부분이 없어 답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경쟁사인 빗썸을 거론하는 주주도 있었다. 빗썸은 2025년 IPO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상장 밑작업으로 지난해 4분기 거래수수료 무료 정책까지 펼쳤다. 현재 빗썸은 두나무의 업비트보다 낮은 0.04%의 거래수수료율을 책정해 마케팅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주주가 "경쟁사는 상장도 하고 수수료도 인하하는데 두나무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냐"고 질문하자 남 CFO는 "질문이 민감하다"고 답변했다.

이날 주총에서 의장의 질의응답이 없었던 것에 대해 두나무 측은 '주주와의 소통을 피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안건과 관계없는 질문이 나오면 다른 주주의 시간을 뺏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 개별적으로 질문을 받겠다고 한 것이었다"며 "결과적으로 남승현 CFO가 주주들의 질문에 모두 답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