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국내 주식 투자를 그만 두고 미국 주식으로 하루빨리 넘어가는 게 이득이란 뜻을 가진 자조 섞인 표현이다. 그만큼 국내 투자 환경은 소액주주에게 불합리한 요소가 많다는 의미로 통한다.정부에서도 이를 의식한듯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현 정부의 국정과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대주주에 오르는 경우에는 50%+1주 이상을 의무공개매수로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M&A 업계를 취재하며 만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물론 거액을 굴리는 개인투자자와 자산가들도 관심을 갖는 이슈다.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은 갈린다. 대체로 개인들은 빠른 도입을 바라는 반면 운용사 관계자들은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당연한 현상이다. 개인 입장에선 소액주주가 소외된 환경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운용사들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난이도 높은 상장사 M&A에 또 하나의 족쇄가 생길까 우려하는 눈치다.
의무공개매수제가 언제 시행될진 불투명하다. 이번 회기 내 법안이 통과되는 건 어려워졌다. 새 국회가 열린 후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1년 유예기간이 부여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투자자가 제도를 체감할 시점은 훨씬 뒤로 밀릴 공산이 크다.
국내 주식시장은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낙후됐다는 오명을 쓴지 오래다. 기업 주요 의사결정에서 소액주주는 우선순위에서 번번히 뒷전으로 밀렸다. 상장으로 시장 유동성을 흡수한 뒤 주가 관리를 내팽겨쳤다는 비판은 진부할 지경이다.
PEF 운용사가 주도하는 상장사 M&A에서도 소액주주 입지는 높지 않아 보인다. 국내 기업 대비 선진 경영기법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말이다.
상장사 M&A 다수는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식하는 구조다. 하루 사이 급등락하는 주가 속에 소액주주가 수혜를 보긴 어렵다. 대부분은 주가 급등에 영문도 모르다 M&A 소식을 뉴스로 확인할 때쯤이면 주가가 급락한다.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에 동일 프리미엄을 보장했던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공개매수가 ‘이례’라는 게 아쉽다.
의무공개매수제가 ‘만능키’는 아니다. 상장사 M&A 의욕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딜을 억제한다는 부작용도 거론된다. 그러나 시장 한 축인 소액주주가 실망하고 떠나가는 환경에서 미국 같은 우상향 시장이 조성되긴 어렵다.
투자자가 떠날수록 시장은 척박해진다. 매력적 투자처는 줄어들고 엑시트 구도도 위축된다. 의무공개매수제가 소액주주를 붙잡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국장 '진입'이 지능순이 되는 순간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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