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07: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라고 하지 좀 마십시오. 상장회사에 오너가 어딨습니까. 주주들은 오너가 아닙니까?"최근 참석한 한 학술 세미나에서 연사로 나선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관련해 국내 상장법인 오너 구조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서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 측 인사로 여러 상장사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교수는 해당 단어를 '패밀리'로 수정했다.
오너 경영이라는 말은 그간 흔히 쓰여 왔다. 가장 많은 몫의 지분을 가진 개인이 오너로 경영에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에서다. 자산총계 기준 국내 상위 기업집단의 경영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대주주는 자식에게 지분과 함께 경영을 물려줬고 이 세습 구조는 몇 대에 걸쳐 자연스레 이어져왔다.
이 오랜 경영 체제는 최근 정부의 상장사 가치 제고 정책과 함께 부각되고 있다. 밸류업을 저해하는 근본 요인으로 지목되면서다. 기본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표면적인 재무 준거를 넘어 밸류업을 위한 근원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히고 있다. 일례로 기계적인 오너 경영의 답습이 아닌 보다 역동적인 전문 경영인 체제가 안착돼야 한다는 의견 등이 이와 맞닿아있다.
문제는 뒤쳐진 인식이다. 지배구조 등 비재무지표 개선과 관련 일부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시장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실제 이와 관련한 국내 상장사 문제 의식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 발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 결과가 이를 반영한다. 여러 핵심 지표 중 지배구조와 가장 밀접한 항목인 '이사회' 준수율이 가장 저조했다.
이를 아예 의식하지 못하는 실무진도 태반이다. 당장 개선이 시급하지 않아서 혹은 업무 소관에서 벗어난다는 판단하에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산총계 기준 상위 20위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당연히 내부에서 해당 부분에 대한 논의는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되며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추세인 이사회역량지표(BSM) 모델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용어"라고 답했다.
앞선 교수 역시 국내 시장 인식이 한참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계 한 패밀리가 사석에서 내게 주가가 오르면 뭐가 좋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며 "한국은 아직 전문 경영인 체제를 받아들일 수준이 안 됐다"고 짚었다.
밸류업을 위해선 이 오너 경영의 벽을 허무는 일이 필요하다. 몇 십 년 동안 적층 돼 온 폐쇄적인 상장사 지배구조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단순 재무적 수치를 넘어 지배 체제에 집중할 때 저평가 해소의 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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