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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C 55층 vs 105층]현대차 GBC, 105층으로 지으면 얼마나 더 비쌀까①부동산 전문가 "초고층 1개동, 55층 2개동 공사비 약 2배"...빌딩 효용성 '전무'

허인혜 기자공개 2024-06-20 09:14:28

[편집자주]

한쪽은 도시의 랜드마크를, 한쪽은 쓸모와 상징성이 모두 반영된 건물을 바란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의 이야기다. 105층 건물 1개동과 55층 건물 2개동으로 입장이 갈리며 외형부터 공사비용, 효율성 등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마천루와 쌍둥이 빌딩, 두 설계도는 왜 평행선을 달리게 됐을까. 건축 계획의 차이와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건립 히스토리, 각자의 주장 등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과 서울시는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설계안을 두고 샅바싸움 중이다. 양측의 주장은 명확하다. 서울시는 허가를 내준 만큼 강남 노른자땅 위에 랜드마크를 세우라는 이야기고, 현대차는 용도와 용적률 변화가 없는 건축계획 변경으로 재협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겉은 층고싸움이지만 한꺼풀 벗긴 핵심 문제는 공사비와 효용성이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은 105층 빌딩 1개동을 짓는 비용이 55층 2개동 대비 2배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피스타워로서 100층이 넘어가는 빌딩은 효용성이 '전무'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초고층 1개동 vs 55층 2개동, 105층이 공사비 2배"

현대차그룹은 55층(242m) 2개동의 변경안을, 서울시는 105층(569m) 1개동의 원안을 바라고 있다. 2020년 착공에는 들어갔지만 현대차그룹이 다시 설계안을 검토하며 방향을 틀었다. 공사비는 얼마나 차이날까.

복수의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은 종합적으로 2배 이상의 비용이 더 들 것으로 봤다. 55개층 1개동과 105층 1개동이 아니라 55개층 2개동을 지어도 105층 1개동 비용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보수적으로 전망한 전문가도 1.5~1.7배를 이야기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벽식·라멘 구조, 재료 비용만으로도 큰 차이가 난다.


부동산 업계에서 분석한 2024년 표준 건축비는 평당 약 700만~800만원이다. 업무시설과 물류시설, 주거시설 등을 모두 합산한 평균치다. 업무시설의 건축비는 더 올라간다. 프라임 등급을 기준으로 평당 1000만원 이상(30층 이내)이 책정돼 있는데, 이 가격의 2배 이상이 들 것으로 관계자는 전망했다.

꼭 초고층빌딩이 아니더라도 건설비용 자체가 올라가고 있어 업계에서도 더 효율적인 투자처 찾기에 분주하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최근 입찰에 들어간 한 건물도 당초 60층 이상 설계였다가 안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했다.

비상용 엘리베이터 등 들어가야하는 부대시설 비용도 갑절로 뛴다는 전언이다. 콘크리트도 일반 대비 3~4배 가격인 고강도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시멘트, 골재, 레미콘 값도 모두 올랐다. 기초공사가 더 탄탄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또 다른 투자 전문가는 "한 마디로 수익성이 안난다"고 답했다.

군(軍) 지원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국방부는 초고층 빌딩이 건립되면 레이더 오작동이 우려된다며 GBC 설립에 따른 새로운 레이더 장비 교체 비용을 현대차그룹에 요청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서 최고층 빌딩이 되면 방공호도 설치해야하는데 이 비용도 건물주 몫"이라고 했다.

◇"오피스타워 사용가치 '글쎄'…데드스페이스 따져봐야"

오피스빌딩으로서의 효율성도 따져봐야할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GBC는 당초 건물 대부분을 업무용 오피스 등으로 쓸 계획이었다. 그런데 비용과 편의성 등을 감안하면 초고층 빌딩을 오피스타워로 쓰기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 타워 등을 비롯해 두바이·싱가포르 등에 위치한 글로벌 초고층 빌딩들은 상층부를 레지던스나 호텔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55층 건물로 설계안을 바꾸며 상층부를 전망대와 호텔로 쓰겠다고 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죽은 공간(dead space)도 효용성을 낮추는 요소다. 데드스페이스는 '이용되지 않는, 혹은 이용 가치가 없는 공간이나 틈'을 뜻하는 건축 용어다. 초고층 빌딩일 수록 이 데드스페이스가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건물을 위로 올릴 수록 공법상 상층부가 점점 좁아진다. 또 엘리베이터 등을 추가로 설계해야해 차지하는 면적이 늘어난다. 층은 있더라도 활용할 공간 자체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여의도 IFC도 최상층부의 면적이 협소하다"고 부연했다. 여의도 IFC 건물은 지하 7층, 지상 최고 56층 3개동으로 건축됐다.

피난안전구역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분류된다. 건축법상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105층 빌딩을 세운다고 가정하면 최소 3개 층을 피난안전구역으로 비워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도 설계 변경의 이유는 실용성과 안전, 친환경 등을 따진 결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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