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를 움직이는 사람들]수익성 대변신 주도한 주우정 부사장③과도한 인센티브 지양,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등극…부채비율 76%→56%
이호준 기자공개 2024-08-26 10:28:03
[편집자주]
최근 성과 시즌마다 완성차 업계에서 주목받는 것이 기아의 실적 지표다.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급차 브랜드에 견줘도 크게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한다. 기아는 어떻게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며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꼭 주목할 만한 부분이 기아의 경영진들이다. 그간 사명 변경에서부터 브랜드 리브랜딩까지, 결코 쉬운 일 하나 없었지만, 마음을 잡고 앉아 회사의 도약을 이끈 주역들이다. 더벨이 기아를 이끌고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는 지속적인 손익구조 개편을 통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흔한 결과로 만들어놨다. 이 성과의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주우정 재경본부장 부사장이다.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주 부사장은, 세심한 업무 처리로 그의 재무적 판단을 신뢰하지 않을 이가 그룹에서 없다는 의견이 많다. 낮은 고정비와 효과적인 판매 가격 설정으로 기아에 고수익 손익구조를 확실히 정착시켰단 평가가 나온다.
◇과도한 판매 인센티브 지양…영업이익률 변신 주도
주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기아 유럽법인(KME) 재무실장에 오른 뒤 주로 재무관리에서 임원 생활을 이어왔다. 2015년부터 4년간 현대제철 재무 업무를 수행한 것을 제외하면 주로 기아 쪽에 집중된 커리어를 쌓아왔다.
기아에서 재무 실권을 쥔 것은 부사장으로 승진한 2020년 말이라고 볼 수 있다. 2019년부터 재경본부장을 맡긴 했지만 재무 전문가로서 각자 대표이사를 지내던 박한우 전 사장의 영향력이 너무 컸다.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박 전 사장이 물러나며 IR부서를 비롯한 재무라인을 주 부사장이 이끄는 그림이 제대로 연출됐다는 평가다.
특히 그의 부사장 승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특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에 대한 보상의 표시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정 회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 체제를 확립'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정 회장은 이듬해 취임 후 첫 번째로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주 부사장을 승진시켰는데 업계는 그가 정 회장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기아의 수익성은 주 부사장의 임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기아의 영업이익률은2010년대 중반 이후 적게는 1%대, 많게는 4%에 그치다가 2021년에 7.2%로 급등하더니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8.3%, 11.6%로 상승했다. 올해 2분기에는 13.2%라는 역대 최대 이익률을 올리며 완성차 업계에서 보기 힘든 숫자로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영업이 상당히 알차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주 부사장의 역할이 주효했음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보급 추세는 그렇다 치더라도 차 가격을 양보하지 않으면서 과도한 판매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는 그의 재무 전략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손익구조의 근본적 개편 성공…재무건전성도 개선
관건은 앞으로다. 올들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패러다임에 대비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귀금속 등 원자재 가격 인하를 비롯한 재료비 절감 효과가 하반기에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기아 매출에서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할 만큼 다소 치중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 북미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등 다가올 외생 변수가 상당하다.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춰 주 부사장의 재무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 부사장은 "EV3가 나오면서 전략적으로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다소 수익성을 양보할 수도 있다"며 "영업이익률 13%를 유지하지 못할지라도 시장 대응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브랜드로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는 돈 들어갈 곳도 더 신경 써야 한다. 기아는 지난 4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38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이는 기존 5개년(2023~2027년) 계획보다 5조원 증가한 금액이다. 전동화뿐만 아니라 목적기반차(PBV)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다만 주 부사장이 고정비를 낮추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으로 손익구조를 한 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개편해 놨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대당 판매가격(ASP)이다.
기아의 올해 2분기 ASP는 글로벌 기준 3630만원이다. 이는 박리다매 전략에서 고급화 전략으로 전환한 이후의 최고치다. 또, 이는 기아의 높은 중고차 잔존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미지 제고에 추가적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재무안전성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주 부사장 부임 전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76.4%였으나 올해 상반기 말에는 56.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부임 전 18.2%에서 6.2%로 크게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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