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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K배터리 지각변동]삼성SDI, 후퇴없는 투자…'기술초격차' 전략 유지미국 보조금 없어도 흑자…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유지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17 13:37:55

[편집자주]

K배터리의 2025년은 '시계 제로'다. 전기차 의무화에 반대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반친환경 기조 등이 예상된다.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트럼프 2.0' 시대, K배터리에 닥친 리스크와 기업별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주요 경쟁사와 구분되는 점은 보수적인 투자다. 수익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삼성그룹의 경영 기조와 맞닿아 있다.

삼성SDI는 2022~2023년 전기차 판매량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할 때도 영업활동현금흐름 내에서 자본적지출(CAPEX)을 통제해왔다. 경쟁사와 달리 아직 미국에 배터리를 생산하는 단독 공장이 없는 이유다. 스텔란티스와 합작 설립한 공장이 이달에 비로소 첫 발을 뗀다.

현 시점에서 늦은 미국 진출이 약이 됐다. 삼성SDI는 그간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을 담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의 혜택을 받고 있지 않았던 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를 폐기하거나 축소하더라도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판도를 뒤흔들 차세대 배터리(전고체 배터리 등) 출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도 유지한다.

◇미국 보조금 없어도 이미 흑자

1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사(JV) 스타플러스에너지는 미국 인디애나주 전가치 배터리 셀 및 모듈 1공장 가동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양사는 2022년 5월 JV 설립 계약(삼성SDI 지분 51%)을 맺고 약 4조원을 들여 코코모시에 배터리 공장을 지어왔다. 생산규모는 연산 34GWh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스텔란티스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 전기차 공장에 공급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부터 순수 전기차에 이르는 스텔란티스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된다.

주목할 점은 이 공장이 삼성SDI의 첫 미국 생산기지라는 점이다. 기존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은 천안과 울산, 중국 시안, 헝가리 괴드 등에만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2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SK온은 2022년부터 조지아주에서 단독공장을 가동해온 것과 비교하면 설비 구축 시기가 꽤 늦었다.


삼성SDI는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핵심 경영목표로 내세우다 보니 투자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고 규모도 작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23년까지 CAPEX에 각각 연 4조원, 3조원 이상을 투입해 온 것과 달리 삼성SDI의 지출 규모는 2조원대였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수준에서 철저히 CAPEX를 통제했다.

미국 진출이 늦었던 터라 IRA상의 혜택에서도 제외됐다. IRA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셀에 1kWh당 35달러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 AMPC로만 약 1조3000억원, 올해(1~3분기)도 1조37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SDI는 늦은 북미 진출 덕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 AMPC를 폐지하거나 축소해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보조금 도움 없이도 지난해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다.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원자재 가격 변동 등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편인 배터리 업계에선 눈에 띄는 숫자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4.4%(AMPC 제외)였고 SK온은 AMPC 수령에도 연간 손실(581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올해도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분기 흑자를 기록 중이다.

삼성SDI는 애초에 설비 확장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아 투자속도를 연기한 사례도 아직 없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 2공장을 짓고 제너럴모터스(GM)와도 합작공장 짓는 중이다. GM 합작공장과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 모두 2027년 가동이 목표다. 경쟁사가 북미 투자 프로젝트 일부를 늦춘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SDI 측은 미국 시장 진출 때부터 보조금이 아닌 미국 전기차 수요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2027년 업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도 그대로

삼성SDI는 기술 초격차 전략도 유지하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을 앞당겨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다. 중국 배터리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다 보니 차세대 기술 개발로 승부를 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기존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와 폭발 위험도 적은 게 특징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황화물계와 산화물계, 폴리머계(고분자계) 등으로 나뉜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황화물계다. 리튬과 황을 주요 원료로 사용한다. 황은 지각 내 매장량이 풍부해 다른 배터리 원재료 대비 확보가 용이하고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황화물은 공기 중 수분과 만나면 황화수소가스를 발생하고 고온에서 분해될 수 있다는 점은 기술적 난제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파일럿 라인은 작년 3월부터 가동하기 시작됐다. 올 초에는 중대형전지사업부 산하에 별도 연구개발(R&D) 조직 'ASB(All Solid Battery)사업화추진팀'을 꾸려 고객사들과의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에는 R&D 조직으로는 개발실만 있었다. 현재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고객사로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를 달성하면 국내 배터리 업계 첫 성과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고체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30년, SK온은 2029년이다.

글로벌로 눈을 넓히면 일본 도요타가 비슷한 시기에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도요타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도 황화물계로 동일하나 삼성SDI는 고체 전해질 소재로 아지로다이트를, 도요타는 리시콘(LiSICON)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아지로다이트는 리시콘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지만 습도에 매우 민감한 편이고 기계적 강도가 낮다. 리시콘은 이온 전도도가 높지만 제조 비용이 높고 복잡한 조성으로 인해 양산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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