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를 움직이는 사람들]유럽에서 국내로…정원정 부사장, 성과 이어갈까⑤유럽 중심 경력, 브랜드 가치 제고 성과…한국은 또 다른 시험대
이호준 기자공개 2024-08-28 07:39:00
[편집자주]
최근 성과 시즌마다 완성차 업계에서 주목받는 것이 기아의 실적 지표다.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급차 브랜드에 견줘도 크게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한다. 기아는 어떻게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며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꼭 주목할 만한 부분이 기아의 경영진들이다. 그간 사명 변경에서부터 브랜드 리브랜딩까지, 결코 쉬운 일 하나 없었지만, 마음을 잡고 앉아 회사의 도약을 이끈 주역들이다. 더벨이 기아를 이끌고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3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에서 국내사업본부장 자리는 부담스러운 위치일 수밖에 없다. 35%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반드시 뚫어 2030년까지 16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회사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1년 차 국내사업본부장 정원정 부사장의 어깨도 그만큼 무겁다. 특히 그는 임원 생활 10년간 유럽 시장만 상대해 왔다. 공격적 마케팅과 시의적절한 신차 출시로 성과를 냈던 정 부사장의 경험이 국내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 판매법인 실적 개선…유럽 내 브랜드 가치 제고도
정 부사장은 손꼽히는 유럽통이다. 1967년생으로 동국대 회계학과를 나왔다. 1990년 현대차그룹에 입사해 기아에서 서구팀장, 유럽총괄법인 부장 등을 지냈다.
정 부사장은 2014년 러시아 판매법인 영업팀장을 맡으며 임원 반열에 올랐다. 당시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현지 자동차 소비가 급감한 어려운 시기였다. 다만 '리오(국내명 프라이드)'에 대한 마케팅 비용을 과감히 늘리는 한 수를 두며 러시아에서 수입차로서는 처음으로 월간 판매 1위에 올라 혼돈의 시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꿨다.
유럽을 이끌 차세대 경영인으로서 첫 단추를 잘 뀄다. 이후에도 유럽이 재정위기 등으로 경제 사정이 나빴다가 회복되는 시기를 정확히 포착한 그는 유럽지원실장과 글로벌사업기획실장 등을 맡아 프로씨드를 앞세워 파리모터쇼 등 주요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현대차그룹이 유럽에서 첫 연간 100만대 판매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는 2020년 유럽권역본부장 임명으로 이어졌다. 송호성 사장이 기아의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첫 해였는데 그는 정 부사장에 앞서 수년간 유럽법인장을 지낸 유럽 시장 공략의 선봉장이었다. 송 사장이 수장이 된 직후 정 부사장을 유럽 대륙 컨트롤타워에 앉힌 것은 정 부사장의 역량을 확실히 인정한 결정이란 평가가 당시 있었다.
믿음의 결과는 확실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기준 기아의 유럽 시장 판매량은 2020년 50만2841대에서 2023년 57만2297대로 확대됐다. 이 기간 동안 SUV 전기차인 니로 EV는 네덜란드 등에서 현지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고, 전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도 꾸준히 4~5%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관측이다.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판매 관리 이상의 역량 요구
올들어 그의 커리어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랜 시간 돌봤던 유럽 대신 국내 시장을 총괄하는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이 난 것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기아의 시장점유율이 35%를 넘어가는 곳이지만 그만큼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지닌다. 또, 한국은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며 최적의 기술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도 중요하다.
특히 기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16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는데 미국과 유럽 다음으로 한국이 중요하다. 단순 판매 관리 이상의 역량이 필요하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안목이 요구된다.
신제품 하나하나를 시의적절하게 선보여온 그의 경험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다. 정 부사장은 지난달 강원 속초 롯데리조트에서 진행된 EV3 시승 행사에 부사장급 임원으로는 예외적으로 참석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달엔 K8의 상품성 개선 모델 소개도 직접 맡아 진행했다. 그는 "더 뉴 K8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세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은 수개월 동안에도 쏘렌토 연식 변경 모델과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 모델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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