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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한국판 언더아머 기다리는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한국 고유 의류 브랜드 부재 안타까워"…소량 다품종 시스템 통해 국내 디자이너 도울 것

김소라 기자공개 2024-09-04 08:30:43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8일 15: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의류브랜드는 없는 실정이다. 디자이너들이 마음 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호전실업'이란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호전실업이 만든 옷을 안 입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호전실업은 설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로 전세계 글로벌 의류 메이커에 옷을 공급하는 OEM업체다. 출범 초기 여성 정장으로 시작해 스포츠웨어로 전환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노스페이스, 언더아머, 룰루레몬 등 굵직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핵심 고객사다.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
8월 하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마포 본사에서 박용철 호전그룹 회장(사진)을 만나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박 회장의 눈은 빛이 났다. 꼿꼿한 자세와 탄탄한 체격 덕에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였다. 2시간이 넘도록 챠트를 펼쳐 가며 자신의 소신을 펼쳤다.

박 회장은 "상장한 순간부터 호전실업은 나만의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다"라며 "직원의 자녀, 손자까지 일할 수 있도록 회사를 키우고 한국을 의류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호전실업은 우븐을 기초로 한 의류 OEM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니트 대비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되는 우븐 소재에 집중했다. 선제적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우븐은 고기능성 스포츠웨어의 발전과 함께 시장이 급성장했다. 유명한 미국의 언더아머의 고기능 스포츠웨어가 호전실업의 우븐으로 만들어진다. 프리미엄 레깅스로 유명한 룰루레몬도도 호전실업의 우븐 소재가 기초가 됐다. 나이키 아디다스 오클리 등 주요 스포츠 메이커들은 모두 호전실업 고객들이다.

안타까운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한국산 의류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 고유 의류 브랜드는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호전실업은 최근 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한 생산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의류 디자이너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전국에 아파트형 공장을 다수 짓고 디자이너들이 디자인만 갖고 오면 기술적으로 지원, 한국판 언더아머, 한국판 룰루레몬이 생기도록 돕겠다는 포부다.

◇"이익 위주 영업 초점…무조건적 물량 확보 지양"

박 회장은 숫자에도 강했다. 실적 챠트를 연신 들추며 최근 상황과 앞으로 가져가야 할 미션도 짚었다. CEO이자 CFO 역할도 병행해야 하는 게 창업주 오너 대표이사의 숙명이다.

올 상반기 호전실업 영업 성과는 위축됐다. 상반기 매출은 1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당기순이익 16억원으로 전년대비 78% 각각 감소했다.

연초에 생산했던 고객사 선 주문 물량이 올해는 부재했던 탓이다. 모두 하반기로 생산이 몰리면서 당장 성과는 부진하게 나타났다.

박 회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박 회장은 “이달 열리는 핵심 리더 미팅에서 무조건적으로 고객사 신규 오더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각 오더를 면밀히 검토해 우리 생산능력(CAPA)에 맞게 하자고 주문하려 한다”며 “근래 정치 등 국제 정세와 향후 액티브 웨어 시장 성장 및 자체 경쟁력을 두루 종합해 봤을 때 앞으로는 매출이 아닌 이익 중심으로 영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빅 브랜드들의 생산 및 물량 선적 지연 이슈 등으로 상반기 영업 수치가 다소 부진했다"며 "자재 구매 비용 충당을 위한 차입 증가분도 하반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액으로 상환, 재무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생산 자동화 핵심, 철저한 준비 통해 주도권 잡을 것"

박 회장이 미래 핵심 먹거리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소량 다품종 의류 생산 시스템이다. 소량 생산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다 보니 수익성 확보에 더욱 용이하다. 국내 의류 디자이너들의 기량을 펼치는데에도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박 회장은 “온라인 환경에 맞는 소량 다품종 생산 사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에 맞는 생산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갖추는 일”이라며 “이 작업은 별안간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호전실업 스마트 팩토리 공장 전환 위한 자체 개발 로봇 제품 시연 모습./사진=호전실업

호전실업은 의류 생산 공정을 로봇을 통해 자동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얇고 고정적이지 않은 형태의 원단이 주 원재료인 의류 생산 공정은 기술 이슈로 자동화 시스템 전환이 어렵다. 호전실업은 이르면 내년 소량 다품종 생산에 적합한 자동화 공정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실제 생산 과정에서 로봇 이용이 용이토록 현재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접목하고 있다”며 “이같은 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디자인과 생산 작업을 하나의 건물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아파트형 공장을 국내 곳곳에 마련하고 한국 고유의 브랜드 탄생을 장려, 궁극적으로 의류 강국을 만드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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