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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참전 가능성 큰 납품·협력사…파급력 미지수호주 BHP, 스위스 글렌코어 등 접촉…제한된 투자 여력 등 변수

이호준 기자공개 2024-09-27 08:03:46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해외 광산기업과 협력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납품과 마진율을 유리하게 제시해 이들을 우군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들의 제한된 투자 여력 등을 고려하면 경영권 방어에 핵심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최근 호주 광산기업 BHP와 접촉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우군으로 나서 줄 것을 제안했다. 1851년 설립된 BHP는 호주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칠레, 페루, 브라질 등에서 광산을 운영하며 철광석과 석탄, 구리 등을 생산하는 대형 기업이다.

스위스의 글렌코어, 다국적 기업 트라피규라 등 해외 핵심 협력사들에도 백기사 역할을 요청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려아연은 이들로부터 원료를 구입하기도 하고 사업 노하우 등을 공유받으며 황산니켈과 아연정광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이 고려아연을 지지할 명분 자체는 충분하다. 광물과 소재, 제련업체가 상호 의존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과 지분 투자 등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면 납품 규모와 마진율 측면에서 협력사들에 혜택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만큼 투자금 회수만이 주된 목적은 아니다. 실제 고려아연과 니켈 제련 합작사 등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트라피규라는 2022년부터 고려아연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글렌코어 역시 고려아연의 소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만일 고려아연이 MBK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이들이 같은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을 확실한 파트너로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에서는 납품 업체가 다른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는 일종의 고객 관리 차원"이라고 했다.

문제는 파급력이다. 영풍과 MBK는 26일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였다. 가격 조정에 따른 이들의 투입 재원은 최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금 조달 허들도 한층 높아졌다.

광산기업과 협력사들이 고려아연에 투입할 비용은 적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관리해야 할 고객사가 고려아연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광산이나 기술 확보 등 자체적으로도 투자를 진행해야 해 이들의 지출 여력이 크다고 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려아연이 해외 전략적 기업들의 수를 대폭 늘려 우군을 확보한다고 해도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공개매수가 종료된 후 주가 하락은 일반적이다. 손실을 만회하려는 기업들이 고려아연에 무리한 납품 조건이나 협업 요구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거래하면서 주가 손실을 어떻게 만회할지에만 신경 쓰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모든 것이 부채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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