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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열 재정비하는 SK㈜]제1과제로 떠오른 '재무건전성 관리'②신규투자에 순차입금 11조 육박…최창원 의장 부임 후 엑시트 속도

정명섭 기자공개 2024-10-21 11:00:15

[편집자주]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해왔다. 국내 대기업 지주사 중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SK㈜의 행보는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행보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투자-엑시트-신규 투자라는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면서 SK㈜는 올해 평범한 지주회사로 돌아가고 있다. SK㈜의 성장 전략은 이대로 멈춘 걸까. 더벨은 SK㈜의 현 주소를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가 작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중점 과제는 재무건전성 관리다. 그중에서도 '순차입금 의존도 축소'가 제1과제였다.

2021년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신을 선언한 이후 투자 속도가 빨라졌지만 자산에 대한 수확(엑시트)과 영업활동현금흐름 증가 속도보다 빨라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조달비용이 오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SK㈜가 재무 관리에 만전을 기하게 된 배경이다.

◇신규 투자와 비례한 빚 부담

SK㈜가 SK C&C와 합병해 통합 지주회사로 출발한 2015년 SK㈜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5조7000억원이었다.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신을 선언한 2017년부터 빠르게 늘어난 순차입금은 2019년 말 7조원, 2022년 말 11조원으로 정점에 올랐다. 작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10조9649억원으로 1년 전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2015년 53.2%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80%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31%에서 40%까지 늘었다.


차입 부담이 커진 배경엔 역시 신규 사업 투자가 있다. SK㈜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2023년 말 137.1%, 지난 6월 말 135.4%로 높은 수준이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지주사의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 총액을 의미한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100%를 상회한다는 건 지주사가 차입을 통해 자회사에 출자를 많이 했다는 의미다.

2018년에는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출자에 각각 1500억원, 5266억원이 투입됐고 미국 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해 현지 자회사 플루투스캐피탈NY에 2683억원을 출자했다. 동시에 글로벌 물류회사 ESR과 SK동남아투자법인에도 각각 1100억원가량 지출됐다. SK㈜의 감사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투자로 들인 돈은 1조1710억원에 달했다.

2020년은 최근 5년간 SK㈜의 재무부담이 완화한 유일한 해였다. SK바이오팜이 코스피 시장 상장에 성공하면서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3037억원이 유입됐다. SK E&S로부터 받은 중간 배당금 5048억원, 글로벌 물류기업 ESR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4700억원 등으로 차입금 일부를 상환했다.

그러나 2021년 들어 투자 속도는 더 빨라졌다. SK팜테코 출자로 5943억원이 빠져나갔고 SK서린빌딩 등을 보유한 부동산투자회사 SK리츠에 3876억원이 투자됐다. 같은 해 전기차 충전업체 시그넷EV(현 SK시그넷)과 미국 신약 개발사 프로테오반트 지분 투자에도 각각 2932억원, 2224억원이 들어갔다. 2021년에 SK㈜는 무려 1조8000억원을 지분 투자 등에 썼다.

2022년에도 미국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업 8리버스 지분 투자 등을 포함해 6600억원이 지출됐고 작년에도 8600억원이 투자에 사용됐다. 작년 투자 중 가장 큰 지출은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참여(3939억원)였다.

SK㈜는 자회사들로부터 들어오는 배당금 수익을 늘려 자금 소요에 대응했다. 2021년 7447억원이던 배당금수익은 2022년 1조388억원, 2023년 1조3994억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기준 배당금으로 거둔 매출은 6893억원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금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투자 회수에 집중한 2024년, 하반기 재무구조 개선 기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용호 대표이사 사장이 부임한 첫해인 올해는 SK㈜가 신규 투자 대신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리밸런싱'에 집중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0조7077억원, 부채비율은 76.60% 수준으로 소폭 내렸다.

하반기 중에는 재무 상태가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달 초 베트남 마산그룹의 유통 자회사 원커머스 지분을 이부 매각해 2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특수가스 자회사 SK스페셜티 매각도 추진 중이다. 현재 한앤컴퍼니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SK스페셜티는 SK㈜의 100% 자회사로 지분 가치는 약 4조원으로 평가된다.

SK스페셜티는 SK하이닉스와 거래관계에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으로 거두는 알짜 기업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817억원, 1471억원이었다. 이외에도 미국 수소연료전지 제조사인 플러그파워 지분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박업체 왓슨 지분도 작년 8월부터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나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여의찮은 상황이다. SK㈜는 2019~2020년 두 차례에 걸쳐 3833억원을 투자해 왓슨 지분 29%를 확보했다.

하반기 '디베스트먼트(주식 매각·투자 회수)' 성과는 SK㈜의 역량을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투자-밸류업-엑시트라는 선순환 구조가 아직 작동하고 있음을 시장에 보여주면서도 재무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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