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전선업계 톺아보기]'2조 클럽' 산일전기, 특수변압기로 판 흔든다⑪신재생 인버터용 변압기, 독주 체제…국내 유일 GE·TMEIC 공급사
유나겸 기자공개 2025-01-13 09:27:03
[편집자주]
한 줄의 전선에도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이 담겨 있다. 전선 한 줄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원자재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복수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선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이슈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 전선 기업의 강점과 기회 요인을 비롯해 전선 생산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9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일전기도 시장 호황에 힘 입어 급성장하는 곳이다. 특수변압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수출 비중이 89%에 달하며 실적과 주가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공장을 가동하며 생산 능력도 크게 확대했다.특히 산일전기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부품인 '인버터용 특수변압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기업에 이를 공급하며 30년 이상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1년새 매출 100% 'UP'…수출 비중 89%
1994년 설립된 산일전기는 변압기 제조·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변압기 및 리액터, 소프트스타터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은 변압기에서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변압기 부문은 전체 매출의 98.6%를 차지했다.
산일전기의 외형 성장을 이끈 것도 단연 변압기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 매출이 100억~200억원대에 머물렀던 산일전기는 2023년 매출이 2145억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 매출(1076억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산일전기의 누적 매출은 2256억원으로 전년 동기(1626억원) 대비 38.7% 늘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55억원으로 같은 기간(418억원) 80.6% 증가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변압기 주문량이 폭증한 덕분이다. 실제 수출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66.4%에서 2022년 이후 수출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9.1%에 달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지난해 7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변압기 대표주로 꼽히는 일진전기의 시가총액을 제친 지 오래다. 9일 주가 기준 산일전기의 시가총액은 2조642억원으로 일진전기(1조3376억원)를 앞질렀다.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셈이다.
주가도 고고행진 중이다. 지난해 9월 6일 종가기준 2만9650원이던 주가가 지난해 12월 17일 7만4000원까지 상승했다. 약 149.58% 상승한 셈이다. 8일 종가도 6만9000원이었다.
산일전기는 시장 호황에 발맞춰 생산 능력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안산 신공장을 가동하면서 기존 시흥 1공장의 연간 생산량(1만6000대)에 약 3만7000대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로써 연간 총 5만3000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해져 급증하는 수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GE와 13년, TMEIC과 24년 거래…글로벌 경쟁력↑
특히 산일전기는 ‘특수변압기’를 앞세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수변압기는 일반적으로 전력망에 사용되는 배전변압기와 달리 인버터, 신재생에너지 장치, ESS 등 다양한 고객의 요구 사양을 반영해 특수한 조건과 환경에서 사용되도록 제작된다. 철도, 해양플랜트, 조선, 신재생에너지 등 여러 산업에서 쓰인다.
산일전기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인버터용 특수변압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국내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용 인버터에 필수적인 전력 조정 및 공급 기능에 특화된 특수변압기다.
현재 해당 제품을 제너럴일렉트릭(GE), 도시바&미비시(TMEIC) 등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는 국내 업체는 산일전기가 유일하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안산 신공장도 특수변압기를 집중 생산하는 공장이다.
특수변압기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은 산일전기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용 특수변압기는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고도화된 기술과 내구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개발과 거래처를 통한 성능 검증이 필수적이다.
산일전기는 약 37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TEMIC와 24년, GE와는 13년간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장기 거래 이력은 산일전기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증명하는 동시에 신규 업체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변압기는 보통 20~30년 이상 사용되는 장기 사용 제품이다. 거래처는 제품 안정성을 중시해 기존에 검증된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선호하며 이를 이유로 기존 공급업체를 쉽게 변경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은 레퍼런스 확보가 신규 업체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산일전기는 이러한 기술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다양한 특수변압기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대표적으로 몰드형 단권 변압기, 수냉식 몰드변압기, 수냉식 유입변압기 등이 있다.
산일전기는 국내 최초로 철도용 몰드형 단권 변압기를 개발해 철도시설공단에 지속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55kV급 몰드변압기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몰드형 단권 변압기는 절연체로 몰드를 사용해 내구성과 안전성을 높인 변압기로 주로 대규모 전력 설비에 사용된다.
2012년에는 Water-Cooler를 장착한 수냉식 몰드변압기(24-pulse / 7.1MVA)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GE에 선박용으로 납품했다. 수냉식 몰드변압기는 냉각 방식에 물을 적용해 열 효율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현재 산일전기는 풍력발전 Nacelle에 설치되는 수냉식 유입변압기(9.2MVA, 66kV급)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산일전기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들어가는 인버터용 변압기를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는 곳은 산일전기가 유일하다"며 "한 번 거래처로 등록되면 쉽게 변경되지 않는 특성때문에 신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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