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연말이면 풀리는 현금흐름의 비밀 매입채무 등 조절…분기엔 대규모 마이너스 지속
황철 기자공개 2011-12-15 15:18:54
이 기사는 2011년 12월 15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8월말 초대형 기관투자가 한 곳이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를 초빙해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의견을 들었다. 자료를 펼쳐보던 운용담당자의 눈에 특이한 점이 들어 왔다. 우량 건설사 중에서도 최고 신용등급을 자랑하는 GS건설의 서열이 롯데건설(A+) 현대엠코(A0) 아래에 놓여 있었던 것.국내 건설사를 통틀어 최고의 실적을 기록 중이고 갚아야 할 빚(차입금)보다 현금을 더 많이 들고 있는 GS건설이 왜 이런 취급을 당했을까.애널리스트의 논리는 단순했다. "정보 투명성이 부족해서 못 믿겠습니다"
GS건설은 주택·토목·플랜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사업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에도 연간 7조원이 넘는 매출과 5000억원대의 에비타(EBITDA)를 꾸준히 창출해 왔다.
건설업계 최대 리스크 요인인 운전자본 부담은 수년간 1000억원 안팎에 머물 정도로 미미했다. 영업현금흐름은 시황 악화에도 매년 수천억원대의 흑자를 나타냈다. 사실상의 무차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 수익구조와 양호한 영업현금창출력이 있어 가능했다. 현대건설·삼성물산·포스코건설과 함께 업계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AA-)을 보유할 수 있었던 비결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러나 GS건설은 크레딧 업계에서 여전히 동일등급 내 투자위험이 가장 큰 기업으로 분류된다. 드러난 지표는 우수하지만 재무정보 자체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GS건설이 정보공개에 소극적이고 재무지표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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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흡한 정보 공개..디스카운트 요인
건설업계 핵심적 위험 요인은 결국 유동성 문제로 귀결한다. 미분양, 미입주, PF우발채무 모두 자금순환 구조를 꼬이게 만들어 돈맥경화를 야기한다. 건설사 건전성 평가에서 자산의 질보다 현금흐름 분석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GS건설의 현금흐름을 문제 삼는 이는 많지 않다.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8년말과 2009년말에도 순영업현금흐름(NCF)은 6194억원, 550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주택사업 매출이 -10.5%로 역성장했지만 NCF는 여전히 2025억원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2008년말과 2009년말 5000억원대, 지난해에는 829억원을 나타냈다. 지표만으로 보면 업계 1위인 현대건설 다음으로 우량한 자금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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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기별로 보면 시각이 달라진다. 부침이 심해 임의로 현금흐름을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과거 시계열로 나열해 보면 연말 대규모 흑자였던 NCF는 1분기 수천억원대 적자로 전환하고 3분기까지 이같은 흐름을 지속한다. 다시 연간 결산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흑자로 돌아온다.
2009년말 GS건설의 순영업현금흐름은 5507억원에 달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선수금 유입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3개월 후인 지난해 1분기말에는 무려 1921억원에 달하는 마이너스 상태로 전환했다. 매출채권·미수금이 쌓이고 수주 불안으로 선수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은 하반기까지 계속돼 3분기말 적자 규모가 4224억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해말 GS건설이 내놓은 연간 결산 성적표는 완전히 탈바꿈해 있다. 3개월만에 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더 유입해 2025억원대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한해 내내 꼬였던 현금흐름은 연말 한 꺼번에 풀린다. 지난해 매출채권과 각종 미수금 증가 폭이 역대 최대인 6791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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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는 매입채무에서 찾을 수 있다. 매년 연말만 되면 매입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거래처 등에 갚아야 할 각종 대금 결제를 늦춰 일시적으로 현금흐름을 개선한 것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연말까지 매입채무를 2323억원이나 늘렸다. 매출채권·미수금 증가(6791억원)에 따른 부담을 상당부분 완화시켜 준다. 하지만 자금 결제를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올해 1분기 영업현금흐름이 -1879억원으로 떨어지고 2분기 -4304억원, 3분기 -4734억원으로 더욱 빠르게 악화한 이유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 매입채무 조정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영업현금흐름의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선수금 높은 변동성도 리스크 요인
GS건설 현금흐름의 문제는 단순히 지표의 왜곡 외에도 몇 가지 리스크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선수금의 높은 변동성을 짚을 수 있다. 지금까지 GS건설의 재무 개선을 주도한 것은 국내외 플랜트·토목사업을 진행하며 유입한 선수금이다.
2008년 이후 순차입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2009년말처럼 영업현금흐름을 대대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황부진과 영업위축으로 신규 수주가 줄어들면 오히려 현금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선업종의 경우처럼 선수금 유입 감소가 차입금 증가로 나타날 개연성도 크다.
실제로 GS건설의 분기별 영업현금흐름이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데는 선수금 감소가 결정적 작용을 했다. 09년말 5000억원대에 이른 NCF는 거액(9741억원)의 선수금 유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당시 매출채권·미수금 등 유동자산 규모가 4731억원이나 늘었다. 장단기 대여금도 1753억원 순증해 부(-)의 흐름 지속이 불가피했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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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자금 회수가 더욱 더뎌져 매출채권, 대여금 규모가 각각 5534억원, 934억원이나 늘었다. 매입채무와 미지급비용을 조절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연말 현금흐름 역시 수천억원대 적자를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드러난 지표보다 운전자본 부담이 훨씬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 GS건설의 매출채권·기타채권(미수금·대여금 등) 규모는 9월말 현재에도 3조7034억원에 달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3785억원이나 증가했다.
GS건설은 선수금이 급감하고 운전자본 회수가 지연되자 대대적 외부조달로 자금수요를 맞추고 있다. 3분기말 총차입금은 1조5489억원으로 지난해 연말(9660억원)보다 60% 가량 증가했다. 그 결과 순차입금은 08년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336억원) 상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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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신뢰 회복, 평판 리스크 극복 '관건'
GS건설 현금흐름의 과도한 부침은 재무정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GS건설은 과거에도 재무정보 공개 미흡, 시장과의 소통 부재 등으로 평판 리스크를 오히려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GS건설은 업계에서 가장 늦게 PF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ABCP 발행 관련 우발채무 규모를 제때,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금감원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두 번이나 받기도 했다.
소극적 정보 공개는 시장의 우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 회사채 투자의 불확실성을 키워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번 현금흐름 문제 역시 채권·주식 투자자들의 가치판단을 흐릴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정보 투명성 문제와 무관치 않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건설산업의 경우 회계처리의 일관성 부족과 정보 투명성 결여가 합리적 예측을 어렵게 해 또 하나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며 "GS건설의 경우 보여지는 재무 개선보다 시장의 신뢰를먼저 쌓는 것이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필요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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