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2월 28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자산운용의 1호 헤지펀드가 닻을 올렸다. 2주만에 다시 찾아간 동양자산운용 헤지펀드 운용본부는 외딴 방으로 자리를 아예 옮겼다. 복도에서 문을 두번 열고 들어간 방에 안창남 본부장과 백두산 대리가 자리에 있었다. 빈 책상에는 아직 본체와 연결되지 않은 모니터만 있었다.안 본부장의 오른팔 격인 김연준 차장, 대형 자문사 주식팀장에서 자리를 옮긴 김대준 매니저, 그리고 박지원 매니저가 아직 이 방으로 옮겨 오지 못했다. 운용 중인 절대수익추구형 롱숏 사모펀드를 맡고 있어서다. 다 오면 한 방이 꽉찰 만큼 비좁은 공간이었다. 분위기만 봐서는 금융벤처 헤지펀드와 어울릴 만했다.
동양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운용본부 인원은 총 5명. 증권사 프롭데스크(고유계정 운용부서) 출신이 3명(안창남, 김연준, 박지원)이다. 안 본부장과 김 차장이 손발을 맞춘 지는 5년이 넘는다. 백 대리는 유일한 내부인력. 백 대리는 이전부터 헤지펀드를 운용해보고 싶어서 동양증권 PI팀(자기자본 투자팀)으로의 이전을 꾸준히 지원하다가 이번 기회에 팀에 합류했다.
국내 운용사 헤지펀드팀이 5명이면 적지 않은 사이즈다. 13개 헤지펀드 운용사 중에서 운용자산 기준으로 뒤에서 세번째인 동양자산운용(일임포함, 14조3710억원 운용)으로써는 헤지펀드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어깨가 무거울법한데 안 본부장이 자신하는 이유는 그간 경험과 헤지펀드에 대한 이해 때문으로 보인다.
동양 MY ACE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 일반형은 삼성증권 프라임브로커(PB)가, 안정형은 한국투자증권의 PB가 각각 맡는다. 운용사 고유자산 10억원에 PB의 시드머니가 30억원 가량 설정될 예정이다. 앞으로 동양그룹 계열사 자금을 지원받으면 펀드 규모는 각각 2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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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경험 통해 전략별 리스크 알고 있다"
한 매니저가 1~2개 전략을 쓰는게 현실인데 그는 세부전략까지 20가지가 있다고 한다. 5명의 인력으로 과연 가능할까. 안 본부장은 말보다 과거 운용실적을 정리한 표를 먼저 내보였다. 운용전략과 투자종목, 보유비중, 운용성과가 정리돼 있는 표였다.
2007년 동양증권 당시 1~2명의 인력으로 9가지 전략을 썼다. 주요전략은 페어 트레이딩, 지주사 트레이딩, 숏셀링, 공개매수 차익거래, 우선주 차익거래, 합병 차익거래, 롱숏 차익거래, 유상증자 차익거래, CB 차익거래를 썼다. 전략별로 옆에 투자종목이 적혀 있었다. 1~2개씩 깨진 종목이 있었지만 개별전략이 모두 플러스 수익을 냈다. 200억원을 가지고 34억원의 이익을 냈다. 연 17% 수익이다. 매니저가 적어 품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동양증권 초기 운용자금 300억원을 나가기 직전 1400억원까지 만들어 놨다. 2010년 솔로몬투자증권 시절 역시 소액이었지만 6개월만에 10%의 수익을 냈다. 그는 "매니저가 운용경험을 통해 전략별 리스크를 알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위험 차익거래 전략부터 사용, 레버리지 제한, 리스크 관리 만전"
그는 철저하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헤지펀드 전략을 짰다. 초기 단계에서는 차익거래(Arbitrage) 위주의 저위험 전략을, 뒤로 갈수록 페어 트레이딩과 같은 고위험 전략을 가미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국내 롱숏펀드가 대부분 실패했던 이유가 퀀트방식이었기 때문"이라며 "퀀트 전략으로 가능한 게 페어 트레이딩, 매수바스켓/매도바스켓 롱숏인데 많이 깨져본 경험이 있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익거래라는 보다 쉬운 전략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은 퀀트로는 할 수 없다고 한다.
레버리지 역시 수익률을 4%단위로 끊어서 제한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수익률이 4% 이내일 경우 레버리지는 100% 한도에서, 이후 8%까지 120% 한도, 12%까지 150%한도에서 사용한다. 수익률이 12%를 넘어서도 레버리지 최대 한도는 200%까지만 쓸 방침이다. 4개 이상의 전략을 사용해 쏠림현상을 막고 세부전략별 비중 한도 역시 30%이하를 유지할 생각이다.
◇"시장과 상관없는 꾸준한 수익률 목표, 넷 익스포저 제로로 가져간다"
안 본부장의 헤지펀드는 장을 따라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넷 익스포저 제로. 롱포지션이 100이면 숏포지션도 100으로 가져간다. 이렇게 되면 장에 휘둘릴 염려가 없어 상당히 방어적인 펀드가 된다. 대신 장이 좋아질 경우 일반 펀드들과 수익률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대부분 롱숏펀드가 넷 익스포저를 일부 가져가서 장이 좋을 때 따라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안 본부장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취지를 살리기로 했다. 국내 헤지펀드가 넷포지션을 70%이상 가져가고 있어서 매수 치중(long bias)돼 있다는 외부의 지적을 단번에 불식시켰다.
걱정이 있다면 내년도 코스피 지수가 너무 오르는 것이다. 수익률도 걱정이지만 국내 투자환경에서 장이 좋아지면 헤지펀드는 금방 잊혀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해외파 대 국내파로 나누기도 하고, 펀더멘털 접근 방식 대 퀀트 방식으로 나누기도 한다"면서 "가장 큰 차이는 실제로 해본 매니저와 안 해본 매니저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둘의 차이야말로 운용전략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고 돈이 되는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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