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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vs 현대제철, 어떤선택이 옳은가

김장환 기자공개 2012-01-02 10:58:33

이 기사는 2012년 01월 02일 10: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년이 돌아오면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투자규모 책정이다. 새해에 세운 투자계획이 행여 하반기에 조금이라도 삐걱거리게 되면, 관련업계에서 숱한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기 일수다. 적정 수준에서 투자계획을 세우고, 후에 규모를 늘려나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자 계획에 중심이 되는 ‘척도'는 경기 전망이다. 지난 한해를 아무리 잘 마무리했다고 해도, 불안한 경기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올해 그 어떤 업종보다도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는 분야는 조선·자동차산업이다. 조선은 공급과잉에 따른 수주불안을 이유로, 자동차는 글로벌 경기 불안에 따른 세계 생산량 감소 예측으로 부정적 관측에 내몰린다.

이런 산업 전망 속에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철강업종이다. 조선·자동차 산업을 주 수요처로 삼고 있는 후방산업인 철강업은, 관련 분야의 경기에 따라 한 해 동안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수급 구조를 갖고 있다.

상식선에서 보면 올 한해 철강업체도 자연스럽게 투자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건설경기가 조금 살아난다 해도 건자재에 쓰이는 봉·형강 보다는 판재류(후판)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국내 대형 철강업체들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상식 수준을 벗어난 방향에서 대응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해 책정된 올해 투자계획에 대해 전면 ‘강행'을 선택한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불안한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오는 2013년 9월 완공이 예정된 제 3고로 투자를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내년 고로 3기 투자에 책정된 1조5000억원을 그대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제철이 올해 고로 투자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경쟁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도전 의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내년도 투자 보류를 선언하면서 현대제철의 투자 강행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당장 포스코는 2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준공시점을 2014년 이후로 미뤘다. 또 안정적 조강 생산에 필수적 요소인 고로 개보수 작업까지 미뤄가며 연간 1조원대 투자규모 축소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2014년 이후까지도 열연 생산량 수준을 기존 3000만톤으로 그대로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반면 현대제철은 2013년 9월 제3고로 완공을 통해 연간 1200만톤의 열연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규모의 경제' 면에서는 아직까지 한참 뒤쳐지지만, 포스코가 투자계획을 미룬 시점인 2013년이면 마침내1등 업체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올해 투자 결단에는 분명 ‘리스크'도 뒤따른다. 지난달 22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현대제철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무디스는 현대제철이 고로 투자를 지속하면서 차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앞으로 1년간 재정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현대제철의 든든한 ‘백'이 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선방해 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당장 FTA 수혜로 자동차 수출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4.2%)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중국 3공장과 내년 말 브라질 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연간 생산량이 45만대 늘어난다. 기아차도 내년 중국 3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상되는 해외 생산량만 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현대제철(열연)→현대하이스코(냉연)→현대·기아자동차(조립 및 판매)로 이어지는 안정적 수급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생산량이 늘수록, 현대제철의 매출량 증대가 가능한 구조다.

문제는 올해 자동차 내수시장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 3.2% 성장세를 보인 것과 달리, 올해는 내수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현대제철의 이번 투자 계획이 과연 어떤 결실을 낳게 될지 알 수 없다.

보수적 선택을 한 포스코, ‘모험'에 가까운 선택을 한 현대제철 가운데 어떤 판단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올 한해가 저무는 시점에서야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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