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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식 한은 인사, 그 이후

강종구 부장공개 2012-03-21 12:14:43

이 기사는 2012년 03월 21일 12: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중수 총재가 한국은행 전체를 공황상태로 몰아 넣은 파격 인사를 단행한 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시간만큼 좋은 약이 없다고 한국은행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외부의 왈가왈부도 잦아들었다.

'소리'가 사라졌을 뿐이다. 행내에서는 심각한 후유증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김 총재의 임기가 끝날 때 까지는 치유할 방법도 찾기 어려울 듯 싶다.

조직은 친김(親金)과 반김(反金)으로 갈라졌다. 고질적인 인사적체로 승진이 미뤄지던 사람들, 핵심 보직을 맡아보지 못했던 일부 비주류들은 김 총재의 결단(?)에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 직원은 울분과 불만을 삼키고 있다.

정책기획국 조사국 금융시장국 등 주요 부서를 거치며 '차기 부총재보'로 거론되던 정씨 민씨 이씨 또 다른 이씨에 대한 숙청에 한은 사람들은 경악했다. 수 많은 후배들에게 그들은 모범답안이자 따라야 할 '길'이었다.

2급 박사들의 약진으로 하루 아침에 후배를 국장으로 모시게 된 1급들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펙을 쌓기보다 일을 중시했던 지난 날을 후회해 봐야 만시지탄이다.

한국은행 인사는 김 총재가 거의 전부를 혼자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총재와 부총재보에게 인사권의 상당부분을 위임하고 총재는 마지막에 약간의 조정을 하던 관례는 무시됐다. 행내에 경영인사위원회가 있지만 위원회의 자문은 묵살됐다. 집행 간부들의 반대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받아들여졌다.

잘 나가는 엘리트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소수에게 능력 발휘의 기회가 열린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부총재보와 국장에 발탁된 인물들 역시 능력의 출중함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십년간 유지돼 왔던 인사기준이 무너지고 총재 스스로가 새로운 기준을 자처한 것은 '전횡' 이외에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

3년 임기를 약속하고 경제연구원장으로 모셔 온 외부인이 '한은맨의 꿈'인 부총재보 자리를 1년만에 꿰차는 걸 보면서 직원들이 느낀 상실감은 매우 컸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부총재를 두 달이나 앞서 기습 내정한 것에 대해서는 의중을 의심받고 있다.

부총재는 당연 금융통화위원이 돼 통화정책을 결정할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의 정책 조율도 도맡는 중책이다. 부총재 내정자는 강력한 업무 추진력을 갖췄고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통화정책이나 금융시장에 관해 정통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간부들은 간부들대로,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대화가 사라졌다. 모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도록 요구하고 거의 다 읽어보고 그것을 조직 운영에 반영하기 때문에 어떤 말이 총재에게 직보될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직원들이 보낸 이메일 중에는 '내 보고서를 위에서 묵살했다' '어떤 부당대우를 받았다' 는 등의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업무에 대해 국장이나 부총재보를 거치지 않고 팀장에게 직접 보고를 받는다. 몇몇 국장은 자기 부서에서 벌어진 일을 거꾸로 총재에게서 직접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서로 경쟁하면서도 끈끈한 동료의식이 각별하던 특유의 문화는 사라지고 직원들끼리 서로 의심하고 팀워크는 사라졌으며 지휘체계는 무너졌다.

김 총재는 과거 한국개발원 원장, 한림대학교 총장 시절에도 '개혁'을 명분으로 조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한림대 총장 시절에는 150명의 교수와 대립하면서까지 변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그가 물러난 후 모든 것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스스로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조직의 동의를 얻지 못한 본인만의 개혁이었던 셈이다. 앞으로 남은 2년동안 김총재는 한국은행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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