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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그만" 현대카드의 이유있는 항변

백가혜 기자공개 2012-03-28 09:52:42

이 기사는 2012년 03월 28일 09: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숫자카드를 둘러싼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대카드의 표절 의혹 제기는 두 회사간 해묵은 갈등이 급기야 표출된 결과라 볼 수 있다. 현대카드는 삼성카드 상품이 자신의 제로카드를 베꼈다며 시정조치를 당부한 내용증명을 26일자로 발송했다. 삼성카드가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카드의 강경한 조치는 정태영 사장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전업계 카드사 사이에서 라이벌로 인식돼 온 상대 회사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도 풀이된다. 논란은 삼성카드가 현대카드의 상품을 표절했다는 현대카드 주장의 진위를 가리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이제는 카드상품의 소유권 또는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해줘야 할지 여부가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현대카드 제로(0)와 할인조건, 할인율을 동일하게 적용한 삼성카드4를 내놨다. 현대카드의 강경 대응이 시작된 계기다. 물론 두 회사간 상품과 마케팅을 둘러싼 갈등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슈퍼콘서트로 대표되는 현대카드의 문화마케팅, 고객 서비스, 숫자를 사용한 이름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삼성의 프리미엄 카드인 라움(RAUM) 역시 현대의 블랙카드와 혜택이 유사하다. 고객에 제공하는 '세계 유명 쉐프와의 만남'과 같은 상세 서비스까지 같으니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 "카드상품의 특성상 비슷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삼성카드의 주장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또한 현대카드는 프리미엄 카드 전담 영업 조직을 운영중이다. 삼성카드는 이 조직의 서울 지역 마케팅 센터장을 영입해 현대카드와 유사한 상품 만들기에 주력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벤치마킹이라 하기에는 유사한 점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들려온다.

경쟁사의 핵심 인물을 스카우트해 자신의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것은 금융사를 넘어 전 기업에 흔히 나타나는 관행이다. 그러나 '업계의 관행'도 통용 가능한 수준이 있다. 현대카드로서는 상품이나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부터 들인 노력과 첫 주자로 나설 때 감내해야했던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 주자는 위험부담은 빼고 이득만 취하게 된다. 카드상품이 지적재산권을 설정하거나 배타적 상품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도를 넘어선 경쟁사의 따라잡기에 손놓고 있으려니 카드사는 답답하다.

경쟁사의 상품 표절이나 정보 가로채기가 계속된다면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어도 첫 주자로 선뜻 나설 수 없게 될 것이라는 현대카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만큼 고객에게 돌아오는 혜택도 줄어들거나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윤리 경영, 비즈니스 매너를 조직문화로 강조해온 정태영 사장 입장에서 이유있는 항변이다. 이 사안이 만일 법정까지 가게 될 경우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이번 기회에 카드 상품에도 배타적 사용권 도입 필요성 등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은행, 보험, 증권 상품은 해당협회가 상품의 독창성을 보호하기 위해 1~6개월간의 배타적 상품권을 설정할 수 있다. 카드사간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논의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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