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4월 06일 1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화 투자해서 돈 못 법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배급사에서 받은 돈으로 펀드 만들어서 관리 수수료 챙기는 정도입니다"한국영화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들이 낮은 투자 수익률 때문에 한숨이다. 투자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도 실제로 돌아오는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최상위권 벤처캐피탈은 연간 300건 이상의 시나리오를 검토해 20~30개 작품에 투자한다. 콘텐츠 투자 업계의 '꿈의 영역'으로 불리는 수익률 50%를 돌파하는 작품은 이 가운데 2~3건에 불과하다.
수익률이 100%를 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에는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최종병기 활'과 '써니'만이 투자자에게 100%가 조금 넘는 수익을 안겨줬다.
반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작품은 전체 투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1~2건은 개봉조차 하지 못해 투자 자산을 상각 처리해야 한다. 결국 영화투자조합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은 은행 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익만 내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영화의 국내 영화시장 점유율이 70%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사가 '대박'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가 뭘까.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은 배급사-극장-벤처캐피탈로 이어지는 수익 분배 관행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한국영화의 경우 전체 입장료 수익에서 영화진흥기금 10%를 뺀 나머지 금액을 배급사와 극장이 50대 50으로 나눠 갖는다. 배급사는 제작비를 제한 금액을 다시 영화 제작사와 60대 40으로 나눈다. 이 60이 배급사와 벤처캐피탈의 수익이다. 보통 4~5곳의 벤처캐피탈이 함께 투자를 하기 때문에 60은 다시 투자 지분만큼 쪼개진다.
일례로 총 제작비 58억원이 들어간 댄싱퀸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회수한 금액은 약 98억원이다. 이 영화에 14억원(지분 24%)을 투자한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회수한 금액은 22억원이다. 관객 400만명을 동원한 흥행작임에도 수익률은 60% 남짓이다.
투자자들은 한국영화의 수익 배분 비율을 외국영화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영화의 경우 입장료 수익을 수입배급사와 극장이 60대 40으로 나누고 있다. 한국영화를 상영해봤자 파리만 날리던 시절인 80~90년대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유치하기 위해 극장들이 내건 유인책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 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의 대형 투자배급사가 제도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영화 콘텐츠의 최종 소비처인 극장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벤처캐피탈 조합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고 있다. 투자자이기도 하지만 극장주이기도 하다. 영화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티켓을 팔아 챙기는 이문이 짭짤한 배급사들은 굳이 제도를 개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최근 일부 콘텐츠 전문 심사역들이 '콘텐츠 투자 협의회'를 결성했다. 돈도 못 벌고 관심도 못 받던 콘텐츠 투자 전문 인력들이 최초로 협의체를 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 기관·대형 배급사와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콘텐츠 투자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려는 첫 움직임이다.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만큼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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