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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금리 정상화, 투자자 하기 나름" [수요예측편]⑬투자자 가격 결정 참여로 시장 왜곡 해소 가능성 있어

서세미 기자공개 2012-04-23 18:51:59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4월 23일 1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들은 회사채 발행절차에서 수요예측이 의무화되더라도 발행금리와 유통금리의 괴리현상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수급구조 자체가 발행사 우위의 구조인데다 수요예측 제도가 발행사에 유리하게 돼 있다는 생각에서다.

일부 투자자들은 수요예측 시스템에 불참할 계획이다. 발행금리가 발행사 위주로 결정될 게 뻔하니 예전처럼 증권사가 수수료를 녹여 파는 채권을 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규모 투자자들의 이야기일 뿐이고 회사채시장의 주요 투자자들은 수요예측 참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원하는 회사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발행시장이고,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발행시장에서 채권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이 조기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의심하고 있는 몇가지 불확실성에 대한 해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발행금리 결정과 물량 배정이 수요예측 도입 후에도 발행사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수요예측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이유다.

◇투자자들 " 수요예측 후에도 기업이 발행금리와 물량 주도권 놓지 않을 것" 우려

투자자들이 시큰둥한 가장 큰 이유는 회사채 가격 입찰이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발행사가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할 것이고, 증권사들이 발행사의 이 같은 시도를 막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큰 불만은 수요예측 후에 발행사가 금리와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협이 발표한 모범규준 대로는 발행기업이 희망 금리 밴드를 제시해 놓고 입찰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물량을 예정액보다 줄이는 방식으로 발행금리 수준을 낮출 수 있다. 그로 인해 당연히 배정을 받아야 할 투자자가 배정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것은 물론 발행금리가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낮게 형성될 수 있다.

희망금리 밴드도 아무리 주관사가 개입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발행기업이 결정권한을 쥐고 있다. 발행사가 희망 밴드를 낮게 제시해 발행금리 하향을 유도하고, 만약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대표주관사에 총액인수로 떠안게 한 뒤 수수료녹이기 등을 통해 유통시킬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시장의 유통금리와 비슷한 금리수준에서 입찰에 참여해 봐야 물량 확보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금껏 발행사 편에 서서 금리 하락을 유도한 곳이 증권사인데 수요예측이 의무화된다고 해서 금리정상화에 발벗고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막말로 두 증권사가 서로 짜고 각자가 대표주관사를 맡은 딜에 투자자로 참여해서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할 경우 얼마든지 기업이 요구하는 발행금리를 맞춰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실수요자들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 관계자는 "만약 희망금리가 예전과 같이 낮은 수준에서 나온다면 차라리 수수료 녹이기가 가능한 유통시장에서 물량을 인수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사나 증권사가 변하지 않는다면 투자자 측도 변할 것은 }없다"라며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금리가 크게 차이가 없고 유통시장 물량이 충분한다면 예전처럼 유통시장에서 친한 증권사를 통해 좀 더 싸게 거래하는 것이 편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 단기 혼란 있더라도 장기적으론 '시장규율' 작동할 것…"적정금리 산출하는 능력 쌓을 때"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 의무화가 일단 시행되고 나면 시장 내부에서 나름의 규율(principle)이 정립될 것으로 보는 긍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일부 발행사나 증권사가 제도의 미비점을 교묘히 이용해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는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평판 리스크 등 부담이 많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수료녹이기나 사전매출의 경우에도 새 제도하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지만, 감독당국과 업계의 감시 수준이 높아져 예전처럼 '대놓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생각이다. 대형 증권사 한 임원은 "발행시장 정상화가 기업, 증권사, 투자자에게 장기적으로 모두 도움이 된다는 걸 대부분 이해관계자들이 인식하고 있다"며 "일부 혼란이 불가피하고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점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회사채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들이 그렇다. 우선 발행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요예측에 들어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고, 기왕 수요예측에 들어갈 바에느 지속적으로 적정금리를 제시함으로써 발행금리가 제자리를 찾도록 유도해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신규 회사채의 발행금리에 대해 기관투자가들이 생각하는 적정한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제도 시행 초기에는 발행사들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기관투자가들이 지속적으로 적정금리를 제시하다 보면 결국 희망금리 밴드 자체가 시장금리를 벤치마크로 형성되는 규율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예측이 시행되면 과도하게 낮은 금리를 제시하거나, 시장의 의사에 반해 발행물량을 자의적으로 바꾸는 발행기업의 경우 투자자들의 기피대상이 될 것"이라며 "사전매출이나 수수료녹이기의 관행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증권사들의 자정노력과 감독당국의 지도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지금보다는 훨씬 정도가 약해지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도 "예전에 불투명했던 금리 결정과정이 투명해지면서 수요예측 결과와 상관없이 발행사와·증권사가 마음대로 금리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감독당국에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주력해야 할 사항은 적정 금리를 제시하기 위해 내부적 역량을 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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