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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업, 길게 보면 얻는 게 많아 [수요예측편]⑤금리왜곡 해소…장기 조달전략 수립, 효율성 증대

황철 기자공개 2012-04-17 17:24:42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4월 17일 1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요예측 의무화로 기업입장에서는 발행금리 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투자자와 나눠 가져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과거처럼 직접 금리와 수량을 제시하고 증권사를 통해 일방적으로 투자수요를 모으는 일이 어려워진다.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된 발행금리가 원하는 수준보다 높을 수도 있다. 발행까지 걸리는 기간도 기존에는 10일이면 충분한 '속성' 절차였지만 수요예측에만 4~5일이 소요되는 등 총 한 달 가량으로 늘게 된다.

하지만 시장수급에 맞는 금리 산정을 통해 장기 조달계획 수립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분명하다. 특히 재무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 오히려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폭 넓은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투자자 저변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투자설명회 등을 가미해 신뢰가 쌓일 경우 조달금리를 낮추는 것은 물론 10년 이상 만기의 채권을 발행해 차입금 장기화를 이룰 가능성도 커졌다.

◇ 기업, 금리·물량 조정할 수 있지만 평판 리스크 무시 못해

4월 들어 대표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17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회사채 발행기업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일괄신고 기업이나 자산유동화회사는 대상에서 빠진다.

발행사는 오직 대표주관사와 협의해 발행 금리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인수단을 통해 투자자를 물색해야 한다. 과거처럼 증권사 경쟁을 유도해 과도하게 낮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사전매출에 나서는 행위가 금지된다.

최근 발행사들은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희망금리 수준에서 조건을 확정하고 물량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었다. 인수단은 시장 파악이나 적정 가격의 수렴보다 물량 확보에 열을 올렸다. 희망금리를 증권사에 요구하면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투자자를 모았다. 일부 기업들은 원하는 수준에 미달할 경우 입찰을 취소하는 일도 다반사로 발생했다. 평판에 흠집이 생기기는 하지만 워낙 발행사 협상력이 강하다 보니 채권 발행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별로 없었다.

현재 같은 발행사 우위의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제도개선이 발행사에게 불리하게 보일 수 있다. 금리 결정의 주도권을 뺏기는 등 甲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었을 경우에는 대표주관사의 총액인수 기능으로 오히려 자금조달에서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1990년 후반에는 증권사들이 소화하지 못한 인수물량을 발행사에 되돌리는 리턴(return) 관행이 성행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수요예측3

발행사는 대표주관사를 통해 예상금리를 제시할 수 있지만 희망은 희망일 뿐이다. 수요예측에 의해 도출되는 금리가 얼마로 확정될지 사전에 알 수 없다.

물론 수요예측 후에도 대표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발행액을 축소해 금리를 낮추거나 금리를 낮춰 미매각을 발생시키고 대표주관사에게 인수토록 할 경우 상당한 평판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예측이 의무화되면 모든 전문투자자가 시장에 나온 예정채권들을 다 접할 수 있고 신용상황과 금리, 평판 등 투자조건들을 비교할 수 있다. 자칫하면 '왕따'가 되거나 추후 발행시 금리상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 투자자 저변 확대, 장기 조달환경 등 장점 많을 듯…비우량 기업은 단기적으로 부담 클 수도

수요예측에 의해 발행금리가 결정되는 시스템에서는 증권사의 수수료 녹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발행금리와 유통금리의 괴리가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입장에서는 수수료 녹이기 폭 만큼의 조달비용 절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우량 대기업의 경우 가격 협상력이 뛰어나고 금리 왜곡 정도도 크지 않아 조달비용 상승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과도하게 발행금리가 낮아진 A급 대기업은 수수료녹이기 수준 이상의 비용을 치러야 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수요예측을 통해 금리왜곡이 줄면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수급을 예상해 적정 금리를 산출하고 시기별로 탄력적 물량 조절에 나서는 등 효율적 조달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 역시 "단기적으로 금리상승 등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공개 수준을 높여 재무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 조달에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AA급 이상 우량 기업의 경우 풍부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바뀐 제도 하에서도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기업 자금담당자는 "수요예측 도입 초기 발행사간 눈치보기로 신규 물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며 "대부분 기관 수요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고 시장 금리도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어서 부담감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채 투자시장이 우량채 일변도로 돼 있는 현재 구조에서는 비우량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BBB급 발행사의 경우 예상보다 고금리를 받아들여야 하거나 응찰 부족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전량을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 소화해 수요예측 의무를 피하고자 하는 기업도 상당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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