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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멀고도 먼 '탄소섬유의 꿈' 탄소섬유 설비 재가동 보류…시장 연착륙 위한 경쟁력 확보 과제

안경주 기자공개 2012-07-11 17:18:38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1일 1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재로 설비가동이 중단됐던 태광산업의 탄소섬유공장이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지만 당분간 정상 가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태광산업이 아직 내부적으로 재가동 시점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초 상업생산이 예정된 도레이나 효성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어 수년간 준비해온 태광산업의 탄소섬유 시장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태광산업 "탄소섬유공장 당장 가동 안한다"

태광산업은 첫 국내 탄소섬유 상업생산을 계기로 화학섬유 분야의 수익성 악화와 오너리스크로 침체돼 있던 회사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했다.

실제로 태광산업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523억 원에서 2분기 803억 원, 3분기 662억 원으로 감소한 이후 4분기에는 396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22.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같은기간 동안 각각 37.3%, 20.3% 감소했다.

그러나 가동 1주일 만에 일어난 화재사고는 태광산업의 목표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놨다. 공장이 멈추면서 올해 탄소섬유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태광산업은 올해 1950년 창립 이후 올해 적자까지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지난 2001년 장기파업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으로 1600억 원 가량의 단기순손실을 낸 것을 제외하면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올해 적자를 내면 창립 이후 사실상 첫 적자가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탄소섬유 제조설비에 대한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탄소섬유공장 재가동이 가능하지만 태광산업은 내부적으로 재가동을 보류한 상태다. 따라서 올해 탄소섬유부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당장 재가동을 하더라도 절차상 문제가 없지만 직원들이 다치는 인재사고가 있었던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서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가동을 하더라도 당장 첫 해부터 의미있는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탄소섬유 시장에 연착륙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주요 재무제표

◇치열해진 경쟁…시장 연착륙도 쉽지 않다

탄소섬유는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강철보다 강도가 10배 높아도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최근 항공기 동체, 자동차 부품, 골프채 샤프트 등에서 점차 철강을 대체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탄소섬유 수요는 연간 2000~3000톤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태광산업이 당초 예정대로 생산라인을 가동했다면 가격경쟁력 등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탄소섬유 시장에 연착륙을 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태광산업의 탄소섬유 설비 재가동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사실상 도레이첨단소재(이하 도레이) 또는 효성과 비슷한 시점에 상업생산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도레이는 지난해 6월 약 630억 원을 투자, 구미에 연산 22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착공했다. 올 하반기 시험생산에 이어 내년 1월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효성도 지난해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으며 내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전주 친환경첨단복합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짓고 있다.

시장 선점의 강점이 사라지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자칫 시장 연착륙 조차 쉽지 않게 될 수 있다. 특히 일본계 도레이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만큼 동일선상 출발시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태광산업이 시장 확대를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탄소섬유 활용이 큰 항공기 동체 등에는 고성능 탄소섬유가 필요하지만 태광산업의 저성능 탄소섬유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태광산업의 다양한 탄소섬유 품종개발이 시급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광산업이 탄소섬유 시장 진입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지만 회사의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선 개발 뿐만 아니라 시장형성에 필요한 다양한 품종개발이 필요하다"면서 "(태광산업은) 아직 고성능 탄소섬유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시장 안착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연 5만톤(2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는 시장이 연간 11%씩 성장해 2020년에는 50 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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