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처음 맞아?" 수출입은행 캥거루본드 '일사천리' 10시간도 안돼 한국계 최대 규모로 발행…금리도 달러채 유통금리와 비슷

한희연 기자공개 2012-07-18 19:54:06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8일 19: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호주 캥거루본드 발행이 처음이지만 빠르고 능숙했다. 한국계로는 최대 규모의 발행을 하면서도 모든 과정을 단 10시간도 채 되기 전에 끝냈다.

금리 면에서도 양보가 없었다. 캥거루본드 시장에 데뷔전이었지만 달러화 채권 유통금리와 비슷하게 발행금리를 이끌어 냈다. '보수적인 현지 투자자들의 태도를 감안해 '정책금융기관'임을 최대한 부각한 마케팅 전략이 잘 먹혔다는 평가다.

◇ 처음이지만 100번은 해 본 것 처럼…마케팅 과정서부터 '정책금융기관' 강조

수출입은행의 첫 캥거루본드 발행은 10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17일 오후 4시반 딜 어나운스 후 투자자 주문을 받기 시작해, 18일 오전 10시반에 딜이 클로징됐다. 영업시간으로만 따지면 17일 약 4시간, 18일 약 3시간 정도의 북빌딩 기간이 있었던 셈이다. 통상 캥거루본드의 경우 프라이싱에 하루에서 이틀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안에 모든 과정을 끝내 신속함이 돋보인 딜이었다.

게다가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당초 2억5000만 호주달러 정도만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5억 호주달러로 발행금액을 늘렸다. 투자자 주문은 100여개 기관에서 8억 호주달러 규모가 들어왔다.

신규 발행이 없는 공백기를 수출입은행은 빠르게 파고 들었다. 최근 2주간 기존 채권이 대거 상환돼 호주 투자자들은 다음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그 때 수출입은행이 등장한 것이다.

보수적인 호주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아시아 채권 비중이 높지 않다. 그러나 단골 투자처인 유럽 전역이 재정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 10시간 만의 딜?…2년 간의 준비가 있어 가능했다.

불과 10시간 만에 캥거루본드 발행을 성공적으로 끝냈지만, 수출입은행은 사실 이번 채권 발행을 위해 몇년 전부터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0년에는 투자자 미팅도 다녀왔고 연초 정책금융공사와 기업은행이 캥거루본드를 발행할 때는 더 좋은 기회를 노리고 참았다.

지난 9일부터 11일 호주로 투자자 미팅을 다녀왔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 투자자들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A급에는 정부 기관만 주로 투자하는 등 까다롭기로 그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투자자 성향을 충분히 파악한 수출입은행은 이번 투자자 미팅을 앞두고 '정부기관'임을 강조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보통 로드쇼에서 정부기관임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페이지 분량이 15페이지 내외라면, 이번엔 해당 부분에 두배 넘는 슬라이드를 준비해 갔다. △외평채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채의 발행규모를 고려하면 벤치마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 △100% 정부 소유 지분 구조라는 점 △한국같은 개방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과 관련 금융기관의 중요성 등을 특히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데이터와 자료만으로는 100% 움직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게 또 사람 마음. 철저한 자료 준비에 더해 현지 PT에서는 감성적인 마케팅도 동원됐다. 런천미팅 PT 시작 전에 담당 실무자들은 관용여권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줬다. 정책금융기관임을 눈으로 확인시켜준 셈이다. A급 '정부기관'임으로 호주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실제로 이날 런천 미팅에 참여했던 투자자 상당수는 이날 수출입은행의 캥거루 본드에 투자 주문을 넣었다고 알려졌다.

◇ 100bp대 가산금리 위해 공격적 금리 제시…달러화 조달 금리와 비슷

이번 수출입은행 캥거루본드의 발행금리는 올해초 발행했던 기업은행이나 정책금융공사의 채권보다 100bp이상 낮다.

이니셜 가이던스는 호주달러 스왑금리(BBSW)에 195bp를 더한 수준으로 제시됐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영연방 국가의 특성을 감안, 200bp의 제시금리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100bp대의 최종 발행금리를 위해선 처음부터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생각보다 많은 투자 주문에 자신감이 생긴 수출입은행은 수정 가이던스를 'BBSW+190bp'로 제시했다. 이미 확보된 외화 유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주문 규모에 끌려갈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최종 발행금리인 BBSW+190bp에 8억 호주달러의 주문이 쌓였다.

지난 1월 발행했던 기업은행의 3년만기 캥거루본드의 가산금리와 2월 정책금융공사의 4년만기 캥거루본드의 가산금리가 모두 305bp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15bp가량 낮은 수준이다. 그간 달러화 시장에서도 한국물들이 랠리를 거듭해 오며 가산금리가 대폭 축소되기도 했지만 호주 시장에서 100bp대 금리로 조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캥거루본드 발행을 준비하는 다른 기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번 캥거루본드 발행금리는 달러로 환산해도 기발행된 달러화채권 유통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번 데뷔 발행을 계기로 호주시장에서도 투자선을 확보, 정기 발행사로 자리매김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출입은행의 기발행 달러화 채권의 경우 3년만기 기준으로 '3개월 라이보 금리+140bp 중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캥거루 본드 발행금리를 달러로 환산하면 '3개월 라이보 금리+145bp'수준으로 기발행된 달러화 채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캥거루본드의 발행 주관은 ANZ, RBS, UBS가 맡았다. 납입일은 오는 27일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