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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債 인수단, 청약절차 무시하다 '낭패' 청약 전 매출 확약…추가 청약으로 채권 배분 원점

황철 기자공개 2012-07-24 11:09:37

이 기사는 2012년 07월 24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 물량을 증권사가 미매각으로 떠안은 뒤 특정 투자자에게 매출하기로 사전에 확약했으나 '초대받지 않은 투자자'가 청약에 참여하면서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가 큰 혼선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증권사들은 청약에 '당연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단정하고 채권 소화 계획을 짰다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고 투자자들은 자금운용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문제가 된 채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공동으로 대표주관해 23일 발행한 대우조선해양의 5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 당일이자 청약일인 이날 한 기관투자가가 예상치 못하게 700억 원 규모의 투자의사를 밝히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 청약절차 전 투자자에 매출 약속…예상치 못한 추가 청약에 당황

대우조선해양은 23일 만기 3년물과 5년물로 각각 2000억 원, 3000억 원 등 총 5000억 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채권은 지난 13일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희망금리에 응찰이 전혀 없어 전액 미배정 처리됐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5000억 발행물량 전액을 미매각으로 떠안을 것에 대비해 각자 인수비율대로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미매각으로 떠안기 전에 '청약'을 통해 투자자를 확보할 기회가 남아 있었지만 이를 기대한 증권사는 없었다. 증권사들이 워낙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탓에 청약은 허울일 뿐, 실제로 이를 통해 투자수요를 밝혀 온 사례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발행일까지 인수비율대로 모든 수요를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청약일인 23일 5년물은 추가 투자자가 없어 계획대로 인수단이 물량을 떠안아 사전에 모은 투자자에게 넘겼다. 발행과 동시에 유통시장에서 한번에 3000억 원 전량이 팔려 나갔다. 금리 역시 발행수익률(3.73%)로 동일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만기 3년물(4-1)에서 발생했다. 청약일 오전 갑자기 한 기관이 700억 원 어치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단의 미매각 배분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예상대로라면 전량 미매각 시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500억 원씩, 신한금융투자·하나대투·동부·신영·키움이 200억 원씩을 떠안아야 했다.

대우조선 4-1회차 채권배정현황

그러나 미매각이 1300억 원으로 줄면서 인수단별로 가져갈 수 있는 수량이 줄었다. 미래에셋증권 330억 원, 한국투자증권 320억 원, 신한금융투자·하나대투·동부·신영·키움증권 130억 원이다. 사전에 매출을 약속받은 투자자로서는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을 상황이었다.

결국 엄연히 청약절차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발행이 되기도 전에 특정 투자자에게 매출확약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 확약을 받은 투자자보다 청약에 참가한 자산운용사가 우선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미매각 물량이 줄면서 증권사들은 매출을 확약한 투자자와의 약속을 100% 지키지 못하게 됐다.

◇ 한국증권 등 대표주관사, 투자자 달래기 분주

인수단들은 투자자에게 일일이 접촉해 양해를 구하는 등 곤혹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와의 타협을 통해 시장에서 모든 물량을 소화한다 해도 이번 사례는 형식적으로 그치고 있는 수요예측, 허울뿐인 청약제도가 낳은 웃지 못할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매각의 경우 기본적으로 인수비율에 따라 안분배분하지만 IB간 협의에 의해 조정할 여지는 있다. 물론 소액 인수단 중 하나가 금액을 포기할 개연성 또한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투자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확약 철회를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4-1회차 채권은 이날 50억 원~100억 원씩 시차를 두고 쪼개져 조금씩 매매됐다. 투자자와의 설득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준다. 금리는 표면이자와 같은 3.52%로 수수료녹이기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인수단으로 참가한 A사 관계자는 "절대금리가 떨어지고 크레딧 스프레드 역시 또다시 축소되면서 운용사 일부가 대규모 청약 결정을 내렸다"라며 "투자자를 모두 모아 둔 상황에서 꼼짝없이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형식적 수준에 그친 수요예측'과 '발행당일 짧은 시간동안 진행하는 의미가 퇴색한 청약제도'가 빚은 예견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진화 방안은 발효됐지만 제대로 된 절차가 구비되지 않아 금리 급변동과 같은 상황에서 발행사, IB, 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가 전체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발행절차는 길어졌지만 수요예측 이후 상황변화에 대응할 방안은 부족하다"며 "수요예측 이후 금리조정, 충분한 청약 기간 확보 등 시장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는 금리 급변동이 낳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제도가 보완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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