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신용등급 전망, 아직도 '긍정적'? 재무상태, 등급전망 상향 전 보다 더 악화…신평사들, 좀더 지켜보겠다
임정수 기자공개 2012-08-02 19:31:45
이 기사는 2012년 08월 02일 19: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이 대한항공(A,긍정적)의 등급 전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일제히 '긍정적'으로 조정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그 사이 대한항공의 펀더멘털은 거꾸로 나빠졌기 때문이다.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1000억 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항공기 도입을 위한 금융리스 증가로 700%를 넘어섰다. 6월말 기준으로는 900%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차입금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들은 당장은 등급 전망을 다시 '안정적'으로 되돌리지는 않을 모양이다.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기는 했지만 향후 경기상황이나 실적 추이 등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 2010년 최대실적에 일제히 등급전망 상향…실적·재무비율, 다시 급격히 악화
평가사들이 대한항공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한 것은 2010년 4분기다. 당시 대한항공은 3분기 까지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호실적을 구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불안했던 경기는 회복되고 유가도 안정세를 띠면서 실적이 급속도로 좋아진 것이다.
실적 호조로 차입금 상환 능력도 빠르게 개선됐다. 전체 금융비용 대비 EBITDA(감가상각전영업이익)는 2009년 1.7배 수준에서 2010년 3분기에 3.6배로 증가했다. 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12.5배에서 5.5배로 줄어들었다. 45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도 415% 수준으로 다소 안정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당시 실적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모든 재무지표가 개선됐다"면서 "세계 1위의 화물운송 항공사 지위와 여객 수요 증가, 유가와 환율 하락 등의 동반 수혜를 동시에 입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실적이 워낙 좋아 등급 상향 까지 고려했었다"면서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한 당기순이익 적자 기조에서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웃룩만 상향 조정하고 좀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대한항공의 상황은 급변했다. 오히려 등급전망 상향 전인 2008년이나 2009년 보다 재무상태가 더 악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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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조2000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1년에 46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1분기에는 분기 적자로는 사상 최대치인 98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3.3%를 나타내며,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
현금창출력이 급감하면서 금융비용 대비 EBITDA는 등급전망 상향 직전 수준인 1.8배로 하락했다. 등급전망이 상향된 2010년에는 3.7배로 상승했었다. 2010년 당시 400%대에 있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에 750% 까지 증가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면서 부채비율이 갑자기 많이 상승했지만, 최근 대형 항공기 도입을 지속하면서 올해 1분기 동안에만 약 40%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2분기에는 부채비율이 90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차입금 부담도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총차입금은 14조1000억 원으로 2010년 말 대비 2조7000억 원 증가했다. 영업이익 등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차입금 부담이 다수 과중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항공기 도입 시 부채로 잡히더라도 금융리스를 활용한다"면서 "금융리스를 활용하면 항공기 보유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유사 시 재무융통성이 증가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대한항공의 현금창출력과 재무안정성 지표가 크게 악화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쑥스러운 '긍정적' 전망…신용평가사들 "그래도 좀 더 지켜 보겠다"
증권사들은 대한항공 '긍정적' 등급 전망을 철회해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는 평가를 내렸다.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지표 상으로 보면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기 전 수준으로 이미 되돌아갔다"면서 "오히려 재무안정성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0년 당시 등급을 상향한 논리가 실적 개선이라면 1000억 원 대의 분기 적자를 기록한 올해 1분기 이후 등급 전망을 다시 내려야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장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재무상태 악화를 인정하지만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던 유가가 다시 떨어지고 있는데다 경기가 살아날 경우 화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화물 운송에 강한 대한항공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사 항공 담당 연구원은 "항공기 도입에 따른 차입금 부담이 과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4월 부터 유가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대규모 항공 기단을 확보한 상황에서 화물 수요가 살아나면 이익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차입금 증가는 항공기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경기가 살아날 경우 항공기 도입에 따른 차입금 증가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어, 경기 추이를 좀더 지켜본 뒤에 등급 전망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좀더 악화되거나 실적 개선이 느리다면 '긍정적' 전망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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