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전략적투자자와 관계 '삐걱' 2대주주 빌헴슨 지분 매각..현대차 승계 기반에 영향
김익환 기자공개 2012-08-17 16:22:07
이 기사는 2012년 08월 17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의 전략적투자자이자 2대 주주인 노르웨이 해운사 빌.빌헴슨(Wilh.Wilhelmsen ASA, 이하 빌헴슨) 측이 지분을 매각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빌헴슨은 지분 매각을 사전에 글로비스 측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양측 간 이상기류도 포착된다. 현대차그룹 오너가의 상속 기반으로 평가 받는 글로비스의 지분 변화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글로비스 전략적 투자자, 지분 2.5% 전격 매각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빌헴슨의 100%자회사인 빌헴슨 라인(Wilhelmsen Lines AS)은 지난 16일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전량(93만주)을 1960억 원에 매각했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로 주로 해외 투자자가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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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빌헴슨과 빌헴슨 라인은 각각 글로비스 지분을 12.53%, 2.5%를 쥐고 있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빌헴슨 측이 보유한 지분율은 15.03%에서 12.53%(470만주)로 줄었다. 지난 6월말 기준 글로비스 대주주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31.88%, 정몽구 회장이 11.51%, 현대자동차가 4.88%,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4.46% 등이다. 빌헴슨은 여전히 글로비스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운송업을 주로 영위하는 빌헴슨은 2012년 6월말 현재 10억8900만 달러의 자산을 갖췄다. 올해 상반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억9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빌헴슨은 2004년 전략적투자자로서 글로비스 지분 25%를 1000억 원에 매입하며 자동차 운송업을 비롯한 물류 사업 노하우를 전수했다.
빌헴슨과 현대차는 전략적투자 이전부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사는 현대·기아차의 해상 운송을 전담하는 유코카캐리어스를 통해 첫 인연을 맺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빌헴슨과 스웨덴 해운사 발레니우스가 각각 지분 40%,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지분 10%씩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2002년 유코카캐리어스는 현대상선의 자동차사업부를 1조5000억 원에 매입하며 자동차 운송 사업에 발을 디뎠다.
유코카캐리어스는 2009년 말까지 현대·기아차의 해상수출물량 100%를 운송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운송물량 비중을 줄여 나간다. 2011년에는 해상수출물량의 70%를 운송하게 된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물량의 60%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계약의 구속력이 사라지고 '약정수송량의 최소 60%를 수송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글로비스는 유코카캐리어스의 해상운송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 글로비스는 이를 위해 지난 6월 자동차운반선 3척을 2490억 원에 매입한 것을 비롯해 선단 확충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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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헴슨-글로비스간 주장 엇갈려...관계 삐걱 ?
빌헴슨은 전략적투자자 관계가 틀어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빌헴슨은 지난 2009년에도 글로비스 주식 185만주(4.93%)를 1039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얀 에이빈 왕 빌헴슨 대표이사는 16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글로비스와 우리와 관계는 탄탄하며 장기적인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며 "글로비스 측의 동의를 얻어 소규모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글로비스 관계자는 "빌헴슨이 현대차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아직 빌헴슨으로부터 지분 매각에 대해서 전혀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빌헴슨 주장과 달리 글로비스는 지분 매각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빌헴슨이 지분을 매각한 것을 놓고 배경 파악에 나섰다. 빌헴슨이 해마다 수천 억 원대 상각전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까닭에 유동성 마련도 급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까닭에 빌헴슨과 현대글로비스간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비스 현대차 승계 기반...업계 '촉각'
빌헴슨의 돌연 지분 매각에 글로비스는 물론 현대차그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비스가 현대·기아차 오너의 핵심 승계 기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데 글로비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오너 3세인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으려면 그룹 지배권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획득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과 맞교환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일찌감치 확산됐다. 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가 일감을 몰아주면서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시나리오의 첫 단추인 현대·기아차의 현대위아 지분 10% 매각도 이뤄진 마당이다.
그 까닭에 빌헴슨의 지분 매각에 글로비스는 물론 현대·기아차도 적잖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빌헴슨의 지분을 넘겨받은 제3의 기관투자가가 자칫 현대차그룹 승계 작업에 걸림돌 역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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