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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돌파한 장기 ABCP, 80%가 정체불명 올해만 25조, 폭풍 성장…공시의무없어

황철 기자공개 2012-09-25 05:00:29

이 기사는 2012년 09월 25일 0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만기 1년을 초과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35조 원을 넘어섰다. 잔액 65조 원에 달하는 국내 ABCP 시장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만기 1년(365일)인 물량까지 합하면 43조원으로 전체 삼분의 이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만기 3년 이상인 ABCP만 10조 원에 이르렀고 5년 이상 초장기물도 3조 원을 넘어섰다. 채권으로 따져도 몇몇 우량 대기업이나 발행할 수 있는 7년5개월짜리 ABCP도 나왔다. 규모나 만기구조로만 보면 ABCP는 더이상 단기자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특히 장기 ABCP는 규제를 회피하며 갈수록 변형을 거듭해 수많은 위험과 우려를 낳고 있다. 물량의 80% 이상은 신용등급을 공시하지 않은 블라인드 CP다. 기초자산이나 구조는 물론 기본적인 신용도조차 알기 어렵다.

장기 CP 대부분이 금융당국의 규제가 쉽지 않은 상법상 SPC에 의해 발행되는 것도 문제다.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신용등급까지 가린채 자유롭게 규제 차익을 누리고 있는 것. 근래에는 정기예금이나 신용파생상품을 기초로 한 조 단위에 이르는 거대 ABCP가 나타나 쏠림 현상을 유발하고 있기도 하다.

◇ 2년8개월만에 ABCP 시장 절반 이상 잠식

8월말 기업어음 잔액은 118조8210억 원(24일 현재 126조282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중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64조8056억 원으로 전체 5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 발행한 CP 54조 원보다 10조 원 이상 큰 규모다. 2009년 말 일반 CP 잔액을 앞지른 후 지속적으로 차이를 벌리고 있다.

최근 3년간 기업어음 시장의 확대는 만기 1년을 넘는 장기 ABCP가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 ABCP는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만기제한이 사라진 후 등장해 폭발적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현재 장기 ABCP 잔액은 35조7910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2009년말 이후 2년8개월만에 도달한 수치다. 전체 ABCP 순증액 34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 장기CP의 본격적 발행이 2010년부터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최근 ABCP 시장의 팽창을 장기물이 이끈 것이나 진배없다.

장기 ABCP 발행 현황

증가 속도 또한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만기구조도 놀라울 만큼 길어지고 있다. 장기 ABCP 잔량 중 올해 발행한 물량은 24조6174억 원 어치(68.8%)에 달한다. 불과 8개월만에 지난 일년간 발행한 10조541억 원의 2.5배에 이르는 물량이 쏟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연간 누적 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기 구조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졌다. 올해에만 만기 3년 이상 ABCP가 7조8520억 원 어치나 등장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발행량 1조2316억 원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다.

과거에는 거의 없었던 5년 짜리 ABCP도 3조1267억 원 어치나 발행됐다. 6월26일 엔에이치희망찬제칠차가 발행한 ABCP는 최장 만기 7년5개월(2715일)에 달하기도 했다.

◇ 정기예금담보, 신용파생상품 연계 '기초자산 위험 증가'

장기 기업어음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신용등급을 공개하지 않은 물량이 전체 80%에 이른다는 점이다. 만기 1년 초과물 중 블라인드 ABCP는 28조3458억 원 어치에 달한다.

미공시물의 대부분은 최근 급격히 확산한 정기예금담보나 신용파생상품을 기초로 한 ABCP가 차지하고 있다. 2008년 8월 첫 등장한 정기예금담보 ABCP의 규모는 미공시물이 많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15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CLN이나 CDS와 연계한 신용파생상품을 유동화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또한 최소 5조원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신용파생상품 기초 ABCP는 환율 등 외생변수에 따르는 위험과 카운터파티 리스크를 본질적으로 갖고 있다. 기본적인 구조나 신용도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정보비대칭에 따른 투자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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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ABCP 중에는 건설사 리스크의 핵심 중 하나인 PF-ABCP도 6조4664억 원 어치나 포함돼 있다. 민간 건설사가 4조8632억 원, 공공 건설 부문이 1조6031억 원을 발행했다. 건설사와 지방자치단체가 PF 조달 사실을 숨기거나 드러난 우발채무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는 것.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장기 CP의 확산만으로도 문제인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기본인 공시제도를 무너뜨리고 고위험 기초자산으로 규제회피에 나서는 것은 금융시장의 질서를 저해하는 위험한 모험"이라며 "ABCP가 가질 수 있는 대부분의 위험요인을 가진 장기 CP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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