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0월 16일 09: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올 들어 회사채·기업어음 등 시장성 조달에 유독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간 회사채 발행량은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러 설립 후 첫 1조 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기업어음 시장에서도 만기 한 달 이내 물량으로 50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돌리며 자금수요에 대처하고 있다.현대오일뱅크는 대형 정유사 중 유동성 상황이나 재무구조가 가장 안 좋은 편이다. 현금성 자산은 불과 수백억 원에 지나지 않아 장단기 자금수지를 맞추기 위해 조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됐다. 각종 현금흐름 지표가 수 년 만에 대규모 부(-)의 상태에 빠진 이유다.
특히 야심차게 추진한 기업공개(IPO)까지 무산되면서 시장성 조달 외에는 유동성 기근을 해소할 뚜렷한 방법을 찾기 어렵게 됐다. 결국 기업어음을 통해 단기자금수지를 맞추며 회사채 발행으로 줄어든 현금을 보충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 회사채 연간 발행량, 1조원 돌파하나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5500억 원 어치의 채권을 찍었다. 10월23일 발행 예정분 2000억 원까지 합하면 75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3년(2009년~2011년)간 발행액(7500억 원)과 같은 수준이자 연평균액 2500억 원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현재 재무상황과 자금수요를 볼 때 연내 추가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큰 상태다. 사상 최초로 연간 누적 1조 원 돌파가 점쳐진다.
기업어음 시장에서도 조달에 한창이다. 16일 현재 현대오일뱅크 CP 잔액은 4600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모두 10일~20일 이내(영업일 기준) 물량. 만기구조나 규모로 볼 때 자금사정이 상당히 빡빡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의 시장성 조달 확대는 재무 여력 축소와 궤를 함께 한다. △십수년만의 영업적자 △역대 최소 수준의 현금 유동성 △수천억 원대 부(-)의 현금흐름 △지속적 차입금 증가 등 주요 재무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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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108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만 1702억 원의 영업적자에 빠졌다.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다. 국제 정제마진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계에서도 가장 큰 폭의 적자다.
가장 큰 원인은 업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에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2월 석유화학 부문을 현대코스모를 설립해 분리·이관했다. 자연스럽게 사업구조는 정유에만 집중하게 됐다. 높은 정유 비중은 정제마진, 유가, 환율 등 외부변수에 대한 민감도를 높였고 대규모 적자로 돌아왔다.
거액의 당기순손실은 각종 유동성 지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현금성자산은 역대 최저 수준인 569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현금흐름(NCF)도 -3774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마이너스 상태에 빠졌다.
잉여현금흐름(FCF)과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 역시 각각 -4790억 원, -6257억 원으로 떨어졌다. 차입금이 전년말(2조8979억 원)보다 6000억 원 이상 증가했음에도 현금은 도리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다. 상반기 현대오일뱅크 총차입금은 3조5162억 원에 이르고 있다.
◇ 업황 부진, 시장성 조달 확대 전망
최근 시장성 조달 확대는 이같은 유동성 기근에 대처하려는 적극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금유입과 재무개선을 기대했던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점도 회사채·CP의 발행 유인을 키웠다.
특히 정유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향후 추가 조달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정유사의 발행이 유독 늘고 있는 것은 업황 부진에 따른 현금창출력 저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경기민감도가 높고 재무상황이 안 좋은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장기 회사채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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