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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글로벌 신용등급 'A-' 지킬까 일찌감치 '부정적' 전망 불구 등급 하향 늦춰…재무개선 노력에 수긍?

서세미 기자공개 2012-12-06 14:40:54

이 기사는 2012년 12월 06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에서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경고장을 공식적으로 받은 것은 지난 2월(등급전망 '부정적' 부여)이다. 그 후 열달이 흘렀지만 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돌아오지도 못했고 신용등급이 BBaa1(BBB+)으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무디스의 평가 기준으로 보면 KT는 이미 Baa1 수준이다. 동일 등급인 SKT(A3, 부정적)와 비교해도 재무지표에서 밀리고 있다. 심지어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KT에 SKT보다 높은 A0(무디스 기준으로 A2) 등급을 주고 있다. 무디스와 S&P가 올해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BB급으로 떨어뜨린 사실까지 상기하면, 왠지 KT에는 온정을 베풀고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KT는 A급 국제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결론적으로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 통신업계의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 요금은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고, 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LTE에서 설비투자 경쟁이 내년부터 줄어든다고 해도 이제는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은 올해 매출채권 유동화로 운전자본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이를 북-오프로 인정해 준다면 재무구조 개선의 큰 성과가 될 수 있다. 투자비용 감소가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평가사에 A급을 유지시켜 달라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그래도 결국 관건은 떨어지는 수익성을 꺾어 올릴 수 있느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 설비투자와 마케팅 비용, 재무건전성 악화 초래…재무등급은 이미 Baa1 수준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아 놓은 곳은 무디스와 S&P 두 곳(Ficth는 A0(안정적)이지만, KT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무디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가 걱정이다. S&P의 경우 무디스보다 높은 수준인 A0등급을 주고 있어 설사 신용등급을 한 노치 강등한다고 해도 A급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무디스가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A급 기업에서 B급 기업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KT의 사업구조나 시장지위는 매우 확고한 편이다. 국내 5000만 명이 넘는 휴대폰 요금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현금이 들어온다. 그러나 국내 통신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외부 투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재무 안정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차입금 증가로 이어지고 통신사들의 막대한 마케팅 경쟁은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무디스의 통신업종 평가기준으로 볼 때, KT는 객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매우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재무건전성에서 비교적 큰 폭의 감점을 받고 있다. 조기에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정성평가를 감안하기 전의 재무 등급만 보면 각 항목에서 Ba~Baa에 머물로 종합적으로 Baa1 등급에 속한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이 과다하고 현금흐름 창출이 부진하다.

LTE 서비스 경쟁을 시작하면서 늘어난 마케팅 비용으로 무디스 기준 KT(BC카드, KT캐피탈 제외)의 EBITDA마진은 2007년 31.1%에서 지난해 25.1%로 줄었다. 실적은 줄고 차입부담이 늘어나면서 차입금상환능력의 주요 지표인 EBITDA 대비 차입금이 지난해 Baa급 수준인 2.2배를 기록했다. EBITDA 대비 차입금, 차입금 대비 보유현금흐름 지표는 Baa 수준을, EBITDA마진, 이자비용 대비 자본지출 차감 EBITDA 등 지표는 Ba 수준을 기록했다. 2010년 부터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바람에 차입금 대비 잉여현금흐름(FCF)은 지난해 Caa수준으로 악화됐다. 이자비용 대비 자본지출을 차감한 EBITDA 배율 역시 지난해 2.1배를 기록, BB급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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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규제 리스크 '위험 요인'

올해 KT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무디스의 생각이다. 9월까지 연결기준 매출액은 15조 원 수준으로, 금융 자회사와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무디스는 이를 토대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29% 감소한 1조 원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했다. LTE와 4G 서비스의 경쟁 격화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한 영향이다. LTE 망 확장 등 투자비가 연간 3조5000억 원에서 지난 8월 3조8000억 원으로 상향 수정된 것도 신용 프로파일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향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TE 투자가 일단락 되면서 내년 설비투자 부담을 올해보다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마케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가입자 당 평균 수익(APRU)이 높은 LTE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통신사업의 저성장 기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TE망 확장이 끝나더라도 '탈통신'을 위한 신규 사업과 신규 기술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디스 역시 KT관련 '고위험(high risk)' 요인으로 과열 경쟁과 이벤트·인수 리스크를 지목했다. 실제로 KT는 남아공 Telkom(Baa3, 안정적)의 20% 지분 인수를 논의중이다. 그 자체로는 신용등급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무거운 어깨에 짐 하나를 더 얹은 격이다.

그 외 글로벌 평가사들이 리스크가 높다고 고려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산업 규제. 국내 정부의 깊은 관여가 국내 통신사들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인플레이션를 억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통신사들의 월 모바일 기본요금을 1000원 인하했다. 요금의 3% 가량이 인한된 셈이다. KT 관계자는 "최근 3G에서 LTE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자본투자가 부담이 컸던 가운데 요금인하까지 겹쳐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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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출채권 유동화, 솟아날 구멍 될까

사방을 둘러봐도 불리한 여건 뿐이지만 신용등급 하락이 기정사실은 아니다. 무디스가 무려 10개월 여 동안 KT에게 시간을 주고 있는 것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KT에게 희망이 있다면 국내 기업 중 톱 클래스로 평가를 받고 있는 재무정책이다. 무디스도 재무정책에 대해서는 A급의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비록 차입금 급증과 수익성 악화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지만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KT가 하고 있고 우수한 자금조달 능력으로 적당한 수준의(moderate)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는 7일 예정인 아이폰5의 정식 발매는 KT에게는 LTE 가입자 증가와 ARPU를 제고할 기회다. LTE 가입자 수가 가장 적은 KT가 아이폰 출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 중 70% 가량이 K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무디스는 올해 말 기준 KT의 250만 명에 달하는 아이폰 사용자 중 100만~150만 명 정도가 아이폰5로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아이폰5 출시를 계기로 통신사들이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으며 마케팅 전쟁을 재연한다면 수익성 개선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은 KT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다. KT는 최근 차입금 축소를 위해 보유 부동산, 구리동 등 자산매각을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재무개선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지난 4월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단말기 매출채권 ABS. KT는 올해 1월~7월까지 총 1조8000억 원 상당의 운전자본을 4회의 ABS 발행을 통해 해소했다. 이로써 KT는 운전자본 사이클을 단축, 유동화로 유입된 자금으로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 선불해야 하는 단말기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됐다.

ABS 발행 효과로 KT의 지난해 9월말 기준 매출채권은 1조1118억 원 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말 기준 한 해간 1조 4655억 원 규모 매출채권이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추세다. 그 덕에 운전자본투자는 6166억 원 가량 줄었다. 평소보다 자본지출이 늘어난 탓에 차입금 감소 효과는 없었지만 앞으로 활발한 ABS 발행이 예상돼 재무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아직 ABS발행이 글로벌 평가기준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 올해 연말기준 재무지표를 적용한 평가보고서가 나와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더벨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피치는 ABS의 북오프를 인정키로 결정했으며 S&P의 경우 대부분을 북오프하되 차입금 평가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KT에 가장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의 경우 아직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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